- 노조, 무너져가는 노동권 바로 잡아야
- 노란봉투법 찬반논쟁 여전히 거세

[일요서울 | 박재성 기자] 노동계와 사측의 재판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노조와 현대차의 갈등도 10년 넘게 현재진행형이다. 둘 사이의 재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며 여론의 관심도 뜨겁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지난해를 달궜던 ‘노란봉투법’ 개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7일 대법원 앞에서 2010년 발생한 울산 3공정 파업과 관련한 소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이관된 것을 환영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해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중대한 사회적 쟁점으로 판단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이관된 것을 환영한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전향적인 판결에 이어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노동3권 온전히 보장되길 염원한다”고 했다.

이어 “합의체에서 원청이 주장하는 파업으로 인한 고정비 손해의 발생 범위, 일반조합원에 대한 배상책임 제한 등 주요 쟁점에 관한 판결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판결기준은 2021년 현대제철비정규직, 2022년 거제통영고성(대우조선)조선하정지회에 가한 수백억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해배상소송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조는 “지금 한국 사회는 지난여름 대우조선하청노동자의 ‘국민 여러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절규에 470억 원 손해배상 폭탄으로 대응한 원청과 자본에 분노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고 따라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향적인 판결로 무너져 가는 노동3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인 노동자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 현대차와 노조의 10년간의 갈등

당시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2010년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60여 분간 공장에 일부 라인을 점거하며 파업을 벌였다. 노조 측은 2010년 현대차 하청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다른 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하청노동자들과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노조가 벌인 파업이 정당한 파업이 아니므로 그에 따라 발생한 고정비 손해 4500만 원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사건 판결로 노·사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기존에 문제가 됐던 사건들도 해결점이 보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법한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자에게 사측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이것이 고스란히 경영의 악화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쟁의 행위가 아닌 경우에 발생한 그 피해를 사용자 측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지우는 막대한 손해배상소송은 결과적으로 노조의 약화로 이어진다. 헌법상에서 보장된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 약해지는 셈이다. 

손해배상 문제는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농성 ‘감옥’을 만들어 농성하고 대우조선해양이 47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면위로 다시 올라오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논의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19·20대 국회에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 4건(민주당 3건, 정의당 1건)이 계류 중이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의당이 제출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노란봉투법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입법부가 얼마나 세계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사람들인가를 알 수 있다”고 하며 “법안의 내용이 아예 손해배상소로부터 면제시키고, 원청 사용자하고 하청 근로자 간에 교섭하게 하고, 이게 굉장히 갈라파고스”라며 “우리나라가 전 세계 10등의 경제 대국인데 생각은 정말 자기들끼리만 모여 앉아서 하는 것이고, 대우조선 같은 경우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까 굉장히 포퓰리스트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판결의 결과, 노란봉투법 개정에 영향 미치나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기업과 협상할 수 있을 권리를 지켜주고, 그 권리를 행사한 노동자들이 응징보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진짜사장 책임법, 손배 폭탄방지법이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와 같이 힘없고 빽없는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국회가 1월에 열렸지만, 현재까지 지연중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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