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공직자 감찰조사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핼러윈 참사, 북한 무인기 침투 사태 등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해이해진 공직 기강을 다잡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공직자의 비위 정보를 수집해 대통령실에 통보하면 해당 팀이 실제 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향후 공직자 감찰조사팀은 일하는 공직사회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한 안보시스템 상의 여러 문제점과 우리 군의 허술한 대응이 문제다. 부대 간 무인기 상황 전파도 지연돼 손발이 안 맞은 셈이다. 초기 대응작전 실패가 그저 운이 나빠 ‘안보참사’가 벌어진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상무정신이 희미해져 가는 나라들의 운명은 역사 속에 패자들로 기록됐다. 향후 장비 보강뿐만 아니라 장비를 운용하는 인력과 시스템, 그리고 군의 훈련강화와 정훈교육이 필요하다. 군은 이번 작전 실패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안보역량의 획기적 보강 기회로 삼아야 한다.

1593년(선조26) 4월 12일. <선조실록> 기사를 쓴 사관이 붙인 평가가 폐부를 찌른다. “전란을 당해 날래고 건장한 장수들조차 두려움에 떨었는데 엄청난 전공(戰功)이 도리어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늙은 승려에게서 나왔다. 이것이 어찌 무사들만의 수치이겠는가.”

<실록>의 사가는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604)의 수제자인 사명대사의 분전(奮戰)을 인용하면서 임진왜란 때 도망가기 바빴던 무사는 물론 조정대신들까지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왜란 때 서산대사는 군인 신분이 아니면서도 거국적으로 의승군(義僧軍)을 조직하여 많은 전공(戰功)을 세웠고, 전쟁 후(1604년) 사명대사는 강화교섭을 위해 일본에 사신으로 가 3천5백여 명의 포로를 송환하는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정부는 이 같은 승병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사업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이 몇 해 전이다. 대사의 본관은 완산(完山)으로 1520년 평남 안주에서 최세창(崔世昌)과 어머니 김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는 현응(玄應), 호는 청허(淸虛), 법명은 휴정(休靜)이다. 1549년(명종4) 승과에 급제하여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를 겸임했으며, 보우(普雨) 대사를 이어 봉은사 주지가 되었다.

휴정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73세에 묘향산에서 나와 왕명에 따라 팔도십육종도총섭(八道十六宗都摠攝)이 되어 팔도 승려들에게 격문을 띄웠다. “단군의 피가 흐르는 이 땅의 젊은이들은 모두 창칼을 들고 일어나야 될 것이요! (중략) 우리 백성이 살아남을지 아니할지, 우리 조국이 남아있을지 아니할지, 그 모두가 이 싸움에 달려 있소.”

이 격문을 읽고 비분강개하여 통곡하지 않은 승병이 없었다. 제자 처영(處英)은 지리산에서 궐기하여 권율의 휘하에서 종군(從軍)했고, 유정(惟政,사명대사)은 금강산에서 1,000여 명의 승군을 모아 평양으로 왔다. 휴정은 문도 1,500명의 의승군을 모집하여 명군과 합세, 한양 수복에 큰 공을 세웠다.

휴정은 좌선견성(坐禪見性)을 중시하고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禪是佛心 敎是佛語·선시불심 교시불어)라며, 교를 선의 한 과정으로 보아 선종에 교종을 일원화시켰다. 또한 유·불·도(儒佛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 ‘삼교통합론’의 기원을 이루어 놓았다.

1604년 1월. 휴정은 묘향산 원적암에서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생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이라는 설법을 마치고 가부좌하여 앉은 채로 입적(入寂)하였다. 나이 84세, 법랍 66세였다. 조선 시대 최고의 선승이며 전쟁의 아비규환에서 백성을 구한 민족의 영웅인 서산대사. 휴정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急聞王事下山峰(급문왕사하산봉) 왕사(왜군 침입)를 급하게 듣고 묘향산에서 내려와

犬馬之忠海內宗(견마지충해내종) 국가에 바치는 충성은 나라 안에서 으뜸이라네

救國告僧戎馬隨(구국고승융마수) 구국 위해 승려들에게 띄운 격문에 병마는 따랐고

抗倭拔劍義人從(항왜발검의인종) 왜군에 대항해 칼을 뽑자 의로운 인사들이 쫓았네

鳳車秩秩宏都邑(봉차질질굉도읍) 임금 수레는 질서정연하고 크게 한양으로 귀환했고

聖寵紛紛鬱柏松(성총분분울백송) 임금의 은총이 백송처럼 크게 내려졌네

玄敎慧禪誰第一(현교혜선수제일) 불교의 지혜와 선에는 누가 제일인가

濟民快擧斗星重(제민쾌거두성중) 백성을 구제한 쾌거는 북두칠성처럼 중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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