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부족, 열악한 환경…정상적 기능 어려움
전원 자원봉사자…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지적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 [일요서울]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 [일요서울]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는 자살예방을 실천하는 대한민국 최초 전화상담 기관으로 24시간 365일 운영된다. 정부의 지원이 일부 있으나 열악한 환경 속 장난전화가 기승을 부리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방업무에 고초를 겪고 있다.

하지만 상담사는 전원 자원봉사자로 이뤄져 있으며, 자원봉사임에도 교육비를 지불하고 양성교육 특별과정을 이수해야만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상담원 박 모(31)씨는 이런 상황에서 봉사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며, 업무 내에서도 실질적인 자살예방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다소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환경이 열악한 데다 장난전화 등 방해요소가 다분한 것에 비해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처음에는 콜센터처럼 전화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제가 상담업무를 한 센터의 경우 통화를 위해 마련된 상담 공간은 단 3곳, 전화기도 3개뿐이었다”며 “이마저도 단순 고민 상담이 많아, 정말 긴급한 분들의 전화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여건을 토로했다.

자살예방과 고민상담, 업무 분리 필요해

실제 한국생명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화상담 2만6000여 건 중 인간관계 1만1866회, 성격 4698회, 가족관계 4167회, 사회적응 3774회 성 1139회가 순위를 이뤘다. 이에 박씨는 “현재 대인지침 상 모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해 자살예방에 사명감을 갖고 봉사를 시작한 상담사들이 보람을 느끼기 힘들다”며 “일반 고민상담과 자살예방 상담의 철저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난전화의 경우 성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며 “자신의 일대기를 얘기하거나 영웅담처럼 범죄를 과시하는 경우도 많아 상담사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고충을 전했다. 나아가 “전화번호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만일 해당 번호로 다른 사람이 전화를 개통했을 경우를 고려해 (차단은) 힘들다”고 밝혔다.

박 씨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현재 생명의 전화를 포함해 국내 자살예방 상담센터나 상담전화 업무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정부나 지자체의 일부 지원이 있으나 대부분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상담사들의 처우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자살예방과 정신상담 전화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진행 중이지만, 전화번호가 통합돼 있지도 않다. 다양한 단체가 각각의 번호를 두고 상담이나 예방 업무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7월 이런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의 자살예방 상담 번호를 ‘988’로 통일했다.

국내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자살예방전화 통화 결과 상담원 연결 안내가 2분가량 나오다가 다른 번호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자살예방 상담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최근 20년 동안 OECD 국가 1위이며, OECD 국가 평균의 2배를 넘고 있다.

[일요서울]
현재 상담은 개인 전화 외에도 서울시 한강 교량 20곳에 설치된 75대의 ‘SOS 생명의 전화’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와 SOS 생명의전화는 각각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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