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김기현 의원에게 쏠려 있는 가운데 비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등 반윤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의 출마가 미풍이 될지, 태풍이 될지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일단 대통령실과 친윤계 내에서는 나 전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은 ‘친윤 반윤핵관’ 전략으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다 결국 대통령과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로 ‘비윤’후보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에서 해임된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할 경우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윤연대, 결선투표제 등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윤심은 친윤후보인 김기현 의원에게 있으나 반윤 후보들이 결선투표 등을 통해 ‘친윤’ 후보를 제치고 비윤후보가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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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 저울질’ 나경원 당권도전 따라 반윤 미래 결정 된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친윤 반윤핵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해임에 대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해임 결정에는 전달 과정에 왜곡도 있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윤핵관 등이 왜곡했고, 이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나 전 의원은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했고,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서도 “당의 분열과 불신의 벽을 허물고 서로 화합하는 당을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졌다”고 강조했다. ‘윤심 얻기’를 시도하며 당대표 출마 결정에 한발 더 다가간 모습이다.

대통령과 윤심으로 멀어지는 나경원

이에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것도 김대기 비서실장이 직접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다”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에 대한 격앙된 대통령실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레이트(UAE) 300억달러 투자 유치에 대해 “가슴 벅차다”고 했으나, 외국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심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다자녀 가구에 대한 대출 탕감” 아이디어를 공개하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다르다”고 공개 반박하기도 했다. 이후 대통령실 내에서는 나 전 의원을 해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나 전 의원에게 수습할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고,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날인 13일 서면으로 사직서를 냈다. 이에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부위원장, 기후대사에서 모두 ‘해임’했다.

특히 여당 초선의원 48명은 나 전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나 전 의원에게는 대통령이 악질적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옥석 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는 건가”라며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에게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며 사실상 당대표 선거 불출마 요구했다.

윤심을 얻고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은 나 전 의원에 대해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본인은 친윤이고,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형국은 친윤이 아니라 반윤의 이미지가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 등의 공격과 불출마 압박에도 윤 대통령을 향해 지속적으로 우호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나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젠 ‘비윤’으로 낙인된 셈이다.

결선투표 ‘친윤’에 독? 반김기현 연대 성사될 수도

이처럼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여권 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레 ‘반김기현 연대’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안철수, 윤상현 의원 등은 친윤계 의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나 전 의원을 두둔하고 있다.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포용해 윤심을 등에 업은 것으로 평가받는 김기현 의원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어보겠다는 의도다. 특히 ‘수도권 연대론’까지 띄우고 있다. 수도권 연대론은 앞서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윤상현 의원이 제안한 안으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의 승리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수도권에서 선거를 해본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안철수 의원은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나 전 의원이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으나 수도권이 중요하다는 건, 저나 윤상현 의원이나 나 전 의원이나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안·윤 두 의원의 ‘나 전 의원 감싸기’가 ‘반(反) 김기현’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나 전 의원을 포용해 당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전대에서 도입된 결선투표제로 인해 ‘반김기현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실제 본선이 다가올수록 친윤에 맞설 확실한 대항마를 만드는 게 중요해지는 만큼 분명히 연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결선투표에 확실한 후보를 올리게 되면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노린 전략적 움직임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그룹도 ‘반김기현 연대 성사’ 여부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본선 1·2위 득표자가 다시 맞붙는 결선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올라가지 못할 경우 나 전 의원 지지층이 안 의원 지지로 이동해 김 의원이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16일 에브리뉴스·폴리뉴스 의뢰로 에브리씨앤알이 공개한 국민의힘 지지자 대상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 의원이 29.2%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결선투표를 가정한 1대1 가상대결에서는 다소 다른 결과가 나왔다. 김 의원이 나 전 의원과 결선에서 맞붙으면 46.5%를 얻어 39%를 얻은 나 전 의원을 앞섰다. 그러나 안 의원을 상대로 했을 때는 김 의원이 42.8%로, 48.4%를 얻은 안 의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혔던 응답자의 60%가 안 의원을 찍겠다고 응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1.6%에 그쳤다.

결국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한 결선 룰 변경이 오히려 친윤 후보인 김 의원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가능성이 있다.

결선투표, 비윤연대-수도권+2040 표심 향배 ‘변수’

특히 결선투표에서 수도권과 2040 당원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변수다. 지난해 6월 27.4%였던 국민의힘 20~40대 책임당원 비중은 지난 8월 33%로 늘었다. 수도권은 29.6%에서 37%로 증가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원이 늘고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서 과거처럼 버스로 당원을 동원해 조직 투표를 하기 어려워졌다”며 “대중 인지도가 높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실제 2014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 선출에 개입하려다 정치적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서청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으나 박 전 대통령 뜻과 달리 김무성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