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증금 속이거나 등기부상 거래액 부풀려...구조적 제도 허점 보완해야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 서부관리센터에 있는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 서부관리센터에 있는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전세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검경 수사가 본격화되고 일부 사기범들이 법정최고형을 선고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제 대책 없이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피해자도 있다.

일요서울은 진화하는 전세사기 수법과 사례 소개를 통해 세입자들 스스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한다. 또한 정부 차원의 구조적 제도 허점을 보완하고 예방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 

- '경기남부ㆍ서울경찰'  깡통 주택 관련 수사기관의 전세 사기 혐의점 및 수법 공개
- 대책 없어 피해자들의 고통만 커져...불안한 전세시장 속 세입자 보호책 마련 필수 


최근 '빌라왕' 3명이 잇따라 숨진 사실이 드러났고,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3명 중 한 명은 빌라를 240여 채 넘게 사들였는데 사망 사흘 후에도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접수한 사실이 밝혀져 공모자나 배후 세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사례가 더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도 자신이 피해자인지 모르고 사는 세입자도 많다는 것이다.  

-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

경찰청이 밝힌 깡통주택 사기 수사만 1만 5000건이 넘는다. 서울경찰청이 수사하는 대성하우징 대표 김 모 씨 1100여 건,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권모 씨 사례가 3100여 건이다. 

이들은 중개사 등과 공모로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통상 수수료보다 높은 리베이트를 제공해 공인중개사를 섭외한다. 이후 공인중개사는 매매 수요가 적은 빌라, 오피스텔에 입주할 임차인을 소개해주고 매매가에 웃도는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임차인이 낸 임대보증금으로 해당 주택 매입 계약을 동시에 진행한 뒤 보증금을 미반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배후에는 조직적인 형태의 '전세사기팀'이 있다는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 충격을 안긴다. 전세사기팀은 건축팀, 분양팀, 임대인관리팀, 임대인으로 조직화 돼 있다. 수도권에서 빌라를 짓는 H사(K회장)는 분양, 시행 및 시공 관리하는 P이사와 자회사인 HJ(부동산컨설팅) J총괄본부장을 앞세워 강서, 강북, 인천, 경기 광주 등 깡통주택과 임차인을 알선할 영업조직을 만들었다.

이 영업조직은 명의 대여자 등을 관리하고 이용했다. 결국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입는지도 모르고 당하는 셈이다 .  

뿐만 아니다. 검찰청이 밝힌 전세사기 수법은 더 충격적이다. 이 사건은 최근 이른바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분양업자와 짜고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36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298억 원 상당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세 모녀는 돈 한 푼 들이지 않았다.

이외에도  ‘UP계약’을 하거나 명의대여자들을 동원해서 허위 매매를 반복 해 등기부상 거래액을 부풀린 후 세입자에게 이를 실거래가인 것처럼 속여 실거래가 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는 인천지검 사례도 있다.

대구지검은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갭(gap) 투자’ 방법으로 다수의 다세대 주택 취득하여 ‘전세금 돌려막기’를 하고, 임대계약서 등을 위조까지 한 사례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사례가  ‘2030청년’과 ‘서민’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8월까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SGI(서울보증보험)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8130건, 총액 1조 6000억 원 상당으로 그 중 전세보증금 3억 원 이하 건수가 89%에 이르는 등 ‘2030청년’과 ‘서민’ 등이다. 이들은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과 삶의 터전인 주거지를 상실하게 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당하게 된다. 

게다가 전세사기 사건은 보통 빌라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아파트보다 신축이 많고 면적도 넓은데다 가격도 저렴해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빌라는 아파트처럼 시세가 투명하지 않아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 피해가 더 늘고 있다. 이에 주의가 더욱 더 당부 된다. 

- 전세사기 당하지 않으려면

서울경찰청은 "전·월세 계약을 체결할 때는 부동산 실물을 확인한 후 가능한 등기부상 집주인과 직접 거래를 하고, 위임인과의 계약 내용은 집주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 24일까지 전세 사기 특별단속을 통해 전국 391건(1261명)을 수사해 804명을 검거하고 78명을 구속했다. 

경찰청은 "현재도 전국에 전담수사본부를 설치운영 중이며 깡통주택과 연계된 분양팀, 건축팀, 공인중개사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도 보도자료를 내고 "서민을 울리는 전세보증금 사기 범죄에 대해 기망수법,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며 "검찰은 서민과 청년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전세사기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서도 최대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사기당했을 경우 무효로 만드는 특별계약(특약)을 추가하라"고 강조한다. 세입자가 이사 당일 전입신고를 해도 다음날 0시에 효력이 발생한다. 그 시간 동안에는 세입자가 집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이 허점을 노려 전세계약을 하자마자 그날 담보대출을 받아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집을 팔아버리는 일부 집주인이 있다.

이러면 전입신고가 완료되기 전에 선순위 대출위 생기면서 추후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부동산 임대 표준계약서에 '세입자가 집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꼭 넣으라고 부연한다. 

정부에도 전세 사기 처벌 대책을 강화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한 누리꾼은 "전세 사기는 범인을 잡아도 피해 보상이 쉽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서 떼인 돈을 받아주는 '추심반' 운영이 꼭 필요하며 전세사기에 연루된 중개사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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