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힘의 당권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문제를 두고 친윤과 비윤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까지 여당의 당권 싸움에 개입하면서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당권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내년 4월 총선전 고질적인 계파갈등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축출, 유승민배제' 전대룰 변경 나경원 집단린치까지
- 윤 대통령친윤의 뺄셈 정치내년 총선서 역풍 부나

국민의힘이 3.8 전당대회 개최를 결정하기까지 그야말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이른바 이준석 사태가 발발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친윤 그룹간의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 비화됐고, 결국 법원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주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었다. 친윤이 장악하고 있는 여권 핵심부의 바람대로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에 성공한 것이다.

나경원 출마 둘러싼 내홍 점입가경’, ‘진박감별사소환

친윤의 당 장악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안팎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룰까지 국민여론조사를 배제하고 당심 100%’로 변경했다. 이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일반 국민 전체에서 반윤의 대표격인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당대표 적합도가 높게 나오자 유 전 의원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친윤 그룹은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해 친윤 주자를 당대표로 세우기 위해 친윤 당권주자들 간 교통정리까지 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돌연 당대표 출마 의사를 접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다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김기현 의원과의 김장 연대가능성을 띄웠고, 김 의원이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관저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말에는 윤 대통령과 독대 만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얻은 주자는 김기현 의원인 듯 분위기가 흘러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생겼다. 나경원 전 의원이 일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나 전 의원이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자 친윤 그룹은 일제히 불출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밝힌 저출산 대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결국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표를 제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나 전 의원을 동시에 해임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두 자리에서 자신을 동시에 해임한 것에 대해 전달 과정의 왜곡을 주장했다. 그러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나경원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나경원)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공개 반박을 가했다.

박수영배현진 등 친윤 성향의 초선 의원 48명까지 나서서 성명을 내고 자신의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나 전 의원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서 있나라며 나 전 의원을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더 이상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시라고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내쳐진 꼴이 된 셈이고, 친윤 그룹은 나 전 의원에게 집단린치를 가한 꼴이 됐다. 또 윤 대통령도 그동안 끊임없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해왔지만 의도를 했든 의도를 하지 않았든 당무에 개입한 결과를 낳게 됐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친윤 그룹의 뺄셈 정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심의 역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422대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총선 민심을 의식하는 인사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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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총선 패배한 ‘2016년 어떤 일 있었길래

실제로 과거 대통령의 의중을 이용한 여권 핵심부의 위세가 결국 총선 참패 결과로 귀결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64월 치러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는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를 자처하는 친박근혜 인사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진박 감별사들은 공천에서 비박계를 쳐내는 공천파동을 일으켰다.

당시 유승민 전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대구 동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유 전 의원은 한때 친박계로 통했으나 원내대표에 오른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별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20154월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겨냥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공개 비판을 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줘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후 유 전 의원에게는 박 전 대통령이 붙여준 배신의 정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 같은 새누리당 내 갈등은 2016년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 권력 쟁투가 심화되자 당 안팎에서는 2 진박 감별사논쟁까지 불거졌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다 총선 필패위기감, 지지율 5주만에 다시 30%대로

국민의힘 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당권 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지난 17일 대구시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지금 밥그릇 싸움(공천)과 관련된 욕심을 낸다면 내년 총선은 필패한다고 본다지금 당의 가장 큰 문제는 내년도 총선의 공천권을 가지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고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당원의 지지를 받지만 국민들에게 비호감인 사람이 당대표가 되면 수도권에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며 윤핵관 당대표로는 내년 22대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친윤이 당 대표가 되면 총선에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만 열심히 팔고, 대통령한테 아부 잘하고, 충성 잘하는 그런 당 대표가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를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권의 내홍이 깊어지자 사법 리스크현실화로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권력 암투를 부각해 총선 민심 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국정은 내팽개친 채, 당권 장악에만 혈안이라며 눈 밖에 난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려고 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지지율이 가장 높던 유승민 전 의원을 잘라내려고 당의 룰까지 개정한 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엔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직서를 내자, 윤 대통령은 보복·응징이라도 하듯이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으로 맞받았다면서 이른바 2의 진박 감별사를 내세워 무조건 말 잘 듣는 친윤 당대표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기와 독선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맹폭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5.08.15.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5.08.15. 뉴시스

나경원 파동이 불거지면서 상승세를 타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5주 만에 3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9~13(12주차)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9.3%, 부정평가는 58.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보다 긍정평가는 1.6%포인트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2.5%포인트 상승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123주차 조사에서는 41.1%를 기록했었다. 이후 124주차 41.2%125주차40.0%11주차 40.9% 4주 연속 40%대 흐름을 유지해왔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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