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임 도전 않겠다...능력있는 후임 선임해달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원안은 손태승 회장. [일요서울DB]
 원안은 손태승 회장. [일요서울DB]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는 3월 임기 만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후임 인선에 이목이 쏠린다. 그간 손 회장은 거취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지만 결국 용퇴를 결정했다.

손 회장 후임으로 내ㆍ외부 여러 인사가 주목받으며 벌써부터 물밑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손 회장마저 당국의 입김으로 낙마했다며 ‘관치(官治)금융’ 논란을 지적하기도 한다. 

- 우리금융그룹 '임추위' 새 국면

손 회장은 18일 오후 2시 열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앞서 이사회에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손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저는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금융그룹을 사랑해주신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우리금융이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위기 극복에 일조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차기 회장 잠정 후보군(롱리스트)에 포함되지 않고 오는 3월 25일자로 임기를 마친다.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우리금융 임추위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벌써 손 회장 후임 하마평이 나돌고 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유력 주자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전 총괄부문장, 장안호 전 수석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내부 전·현직 CEO들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 외부 인사들이 거론된다.

금융권은 임추위가 '내부인사'를 뽑아 한숨을 고를지 '외부인사'를 뽑아 정권 눈치 보기 의혹에 휩싸일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 라임사태·당국압박 부담

일각에선 손 회장 연임 포기는 당국의 집요한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조처를 내렸다. 향후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이후 손 회장이 연임을 위해 징계 취소 소송을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라임 펀해) 정도(의) 사고가 났는데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등은 얘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며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2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하고 용퇴하자 “리더로서 존경스럽다”고 밝히며 손 회장 연임 도전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고 해서 당국과의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손 회장이 자신의 거취 결정과는 별개로 당국의 중징계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비록 손 회장이 연임은 포기했다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실추된 명예를 찾겠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임추위는 조만간 우리금융 현직 임원과 전직 인사, 외부 인사 등을 합해 10여 명 1차 후보군을 선정한다. 이어 27~28일 2차 후보군(숏리스트) 2~3명을 확정하고 다음 달 초 차기 회장 단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임원추천위원회 비공개 회동이 시작됐고, 1차 후보군은 10명 내외로 추려질 것”이라고 했다.

[박스] 라임사태란.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의 편법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진 사건이다. 피해액만 1조6000억 원에 달한다. 당시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라임펀드(3577억 원)를 팔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금감원의 문책 경고에 불복하면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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