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백서준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백서준 변호사]

최근 빌라왕 사망사건으로 언론이 떠들썩하다. 갑작스럽게 임대인인 빌라왕이 사망하면서 위 사람이 소유한 부동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은 하루아침에 적지 않은 금액의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 백채를 보유한 빌라왕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수많은 빌라왕들이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빌라왕들이 적게는 수 백채, 많게는 천 채 이상의 빌라를 소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빌라의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과 같거나 더 낮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거래가 잘 이루어지고, 한국부동산원 시세, KB 부동산 시세와 같이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공식적인 시세가 있으나 빌라의 경우에는 거래도 잘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임차인이 참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세와 관련된 자료도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 명의 빌라왕이 수 천채의 빌라를 자기 자본없이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부동산원 시세나 KB 부동산 시세로 기준 시세를 판단할 수 있는 아파트는 안전할까? 요즘과 같은 부동산 하락기에는 결코 그렇지 않다. 2021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법에는 5%를 상한으로 증액할 수 있음에도 집주인이 그 이상의 증액을 요구합니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상담 요청이 많았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는 ‘집주인이 임대차계약 만기가 되었음에도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혹은 ‘임대차계약 만기가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연락이 안되요’와 같은 상담내용이 주를 이룬다.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아 새로운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할 예정인 임차인의 경우 임대차계약 만기와 동시에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그렇다면 임차인의 입장에서 임대차계약 만기와 동시에 집주인으로부터 무조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을까? 아쉽게도 법적으로 그러한 제도는 없다. 그러나 법의 도움을 받으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임대차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첫 번째 방법은 임대차계약과 동시에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임차인들은 보증보험료가 적지 않은 돈이다 보니 보증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반드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권장하고, 보험사의 심사에 따라 보증보험 가입이 불허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보험 가입을 계약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방법은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법원의 결정을 받으면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경료된다. 그러면 임차인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임차권등기명령제도에는 큰 단점이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통해 대항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경료되어야 한다. 그런데 임차권등기가 경료되려면 법원의 임차권등기결정문이 임대인에게 송달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임대인이 임차인 모르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결정문이 송달되지 않는다면, 해당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경료될 수 없다.

그래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해당 부동산을 가압류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부동산 가압류는 대항력과는 상관없지만, 법원에서 임차인의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인용하면, 부동산 가압류 결정문이 임대인에게 송달되는 것과 관계없이 2~3일 이내에 부동산등기부등본에 가압류 등기가 경료된다. 그리고 통상 가압류 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은 매매, 담보제공 등의 처분행위가 어렵기 때문에 생각보다 강력한 효과가 있다. 그리고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을 함께 제기하면 향후 판결 확정시 바로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의 변동과 관계없이 임대차계약이 만기되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임대인의 의무이다. 임대인은 반드시 그러한 의무를 지켜야 하고, 임차인 역시 그러한 의무를 준수하는 임대인을 만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임차인 역시 임대차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겠다.

< 백서준 변호사 ▲ 연세대학교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 전문변호사 >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