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든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대한민국 체제가 탄핵 당했고, 적폐몰이로 수백 명의 우파 인사들이 희생양이 된 것은 조선조 당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파와 좌파 간, 체제를 수호하는 국가중심 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한 ‘반(反)대한민국 세력’ 간 극한 대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선구제는 ‘승자독식’ 구도로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정치권 물갈이를 어렵게 하는 문제점이 있으나, 협치를 넓히는 장점이 있다. 여야는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공동목표 아래 당리당략(黨利黨略)을 넘어선 대승적인 ‘선거구제 개혁’ 논의에 나서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 조선 후기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이다. 지도층을 분열시킨 당쟁의 도화선 중에 왕실의 ‘예송(禮訟)논쟁’이 있었다. 왕이 죽었을 때 대비의 상복 입는 기간이 1년이냐 3년이냐를 둘러싼 ‘기괴한’ 문제로 상대 당파를 유배 보내고 죽였다.

1659년의 ‘기해(己亥)예송’ 때는 상복을 기년(朞年, 만 1년) 동안 입어야 한다는 서인세력이 3년(만 2년)으로 해야 한다는 남인세력에 승리하여 윤선도가 유배가고 남인은 모두 축출됐다. 그런데 14년 후인 ‘갑인(甲寅)예송’ 때는 기년을 주장하는 남인세력이 대공(大功, 9개월)을 주장하는 서인세력에 승리하여 송시열이 유배가고 서인은 모두 쫓겨났다.

예송논쟁은 왕권과 신권의 역할에 대한 정치적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서인은 신권 강화를, 남인은 왕권 강화를 꾀하려는 입장이었다. 처절한 당파싸움은 상대 당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조선의 국운은 급격히 쇠퇴하게 되었다.

당쟁으로 인해 20여 년의 세 차례 유배와 19년의 은거로 관직생활은 겨우 8년에 불과했던 ‘시대의 풍운아’. 윤선도(尹善道, 1587~1671)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조작가이다. 1587년(선조20) 윤유심과 순흥 안씨 사이의 둘째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해남,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해옹(海翁), 시호는 충헌(忠憲)이다.

고산은 20세에 승보시(陞補試, 성균관 유생에게 시행하던 시험)에 1등 했으며, 30세가 되는 해에 이이첨의 죄상을 규탄하는 〈병진소(丙辰疏)〉를 올렸다가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 험난한 ‘풍파의 길’이 시작됐다. 42세 때 별시문과 초시에 장원, 봉림대군(효종)·인평대군의 사부가 되었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고 강화도로 갔으나 인조가 청나라와 화의를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도로 항해하다 풍랑을 만나 보길도(甫吉島)에서 은거하였다. 정착한 그 일대를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 짓고, 격자봉 아래 집을 지어 낙서재(樂書齋)라 하였다. 고산은 해남에서 20년, 보길도에서 10년, 고산에서 2년 거처했는데, 보길도에서 85세에 타계했다.

고산은 남인의 거두로 경사(經史)에 해박하고, 의약·복서·음양·지리·음률 등에 통달하였으며, 효종의 왕릉터를 잡을 정도로 풍수지리에도 밝았다. 이러한 학풍은 외증손인 정약용에게까지 이어졌다. 40수의 장편 시조인 ‘어부사시사’, 수석송죽월(水石松竹月)을 노래한 ‘오우가’ 등 수많은 불후의 작품들이 <고산선생유고>에 전한다.

한문학이 주류를 이뤘던 조선 문단에 우리글로 아름답고 독창적인 시를 지었던 ‘시조의 제 1인자’. 국문학의 비조인 고산 선생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風波變出谷遷喬(풍파변출곡천교) 세상 풍파가 변해서 (고산은) 출세를 하게 되었고

朝奏一封塗地招(조주일봉도지초) 아침에 한 통 상소 조정에 올렸다가 귀양 갔네

放逐三回金紫士(방축삼회금자사) 존귀한 사람(선비)은 세 차례 자리에서 쫓겨났고

隱居半百白鷗僚(은거반백백구료) 반평생 세상을 피해 살아 기러기와 친구 되었네

老當益壯畸人化(노당익장기인화) 늙어서 기력이 더욱 좋아져 특별한 사람 되었고

博覽强記俗界超(박람강기속계초) 많은 책 널리 읽고 기억이 좋아 현실세계 초월했네

煙月五湖諧分數(연월오호해분수) 호숫가 태평세월이 (고산의) 분수에 잘 어울릴까

芙蓉海曲溢時調(부용해곡일시조) 부용동 바다 골짜기는 (고산의) 시조가 넘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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