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있는 삼성’ 앞으로의 행보 주목

[일요서울 | 박재성 기자]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했던 삼성전자에서 ‘노조 연대’가 출범했다. 출범식에서 노조연대는 상급단체·조직형태를 뛰어넘어 삼성 전자계열 노동조합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본점 앞에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조합 연대 출범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출범사에서 손우목 전국삼성전자 노조 부위원장은 “이재용 회장이 2020년 무노조 경영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벌써 3년이 지났다”며 “이재용 회장은 삼성 노동조합 중 어느 한 곳도 만나지 않았고 삼성전자 대표이사에게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매번 핑계를 대며 면담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록 한국노총, 민주노총, 기업노조로 서로 소속은 각기 다르지만 앞으로 우리는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를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하며 “5개 계열사 9개 노조는 삼성전자계열사 직원들에게 노동조합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노조 연대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고 사회 취약층을 돕는 노사 상생기금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 ‘무노조’에서 ‘노조 연대’출범까지

삼성은 그동안 ‘무노조 경영’를 이어왔다. 하지만 2020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노조 문제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며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언급한 ‘노조 문제로 상처 입은 사람들’은 삼성의 노조 와해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파트 총괄임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1년 7월 복수노조제도 시행을 앞두고 에버랜드에 노조를 설립하려면 움직임을 보이자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활동을 방해한 사건이다.

관련 혐의로 강 전 부사장은 2018년 재판에 넘겨져 상고심까지 이어졌고 강 전 부사장은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피해자 삼성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성노조 조합원들을 징계했다”고 하며 “노조법 위반 외에 업무방해죄도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2013년 삼성전자 서비스 소속 AS기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출범한 삼성전자 노조가 현재에는 5개 계열사 9개 노동조합에 이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에는 민주노총·한국노총·기업노조가 모두 존재하며 또 제조·사무·영업·서비스 등 직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산직이 주축인 현대차 노조와는 달리 노조의 ‘주축’이 없어 일관된 입장이 나오기 쉽지 않아 사측과의 교섭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한다.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연대 출범 기자회견 이후 질의응답에서 노조 측은 “9개의 노조를 아우르는 한명의 대표가 아닌 각 노조를 대표하는 9명이 공동대표 체재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연대’가 출범한 만큼 앞서 제기된 의문처럼 9명의 ‘공동 대표’가 자신의 분야에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노조 연대’로서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노조가 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이날 출범한 삼성전자계열사 노조 연대에는 총 5개의 계열사와 노조 9곳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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