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뜨거워졌다. 모두가 예상했던 싱거운 결말은 사라졌다. 최종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거물급 유력 정치인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 탓에 전대 판이 뿌리째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친윤계 단일후보인 김기현 의원의 낙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어차피 국민의힘 대표는 김기현’, 이른바 어대현신화에 제동이 걸렸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에 따른 표심 이동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안철수 의원의 추격세가 가파르다. 안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을 가볍게 누르며 전대 구도를 치열한 양강대결로 만들었다. 김기현이냐 vs 안철수냐에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마저도 관심있게 지켜볼 정도다. 엎치락뒤치락 난타전이 이어지는 김기현 vs 안철수불꽃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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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전대 판세 요동, 어대현 국면서 예측불허 게임 급반전
- 민심 1위 유승민·당심 1위 나경원 불출마에 여론조사 요동
반사이익안철수, 지지율 급등에 막판 대역전극 가능할까?

친윤계 단일후보의 압승이라는 각본이 사라지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의힘 전대 초반 민심 1위였던 유승민 전 의원과 당심 1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장고 끝에 불출마하면서 이들 지지층의 표심이 무주공산이 돼버렸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이들의 지지세가 누구를 향하느냐 여부는 전대 최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전대 결과에 따라서는 국민의힘 내부 정치지형도 급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김 의원이 안 의원의 거센 도전에도 압승을 거둘 경우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22대 총선 공천배제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안 의원이 승리할 경우 총선 승리와 수도권 외연확장을 명분으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에게 화해의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성동 불출마 친윤후보vs 유승민·나경원 불출마 수혜

국민의힘 전대 초반 가장 유력한 주자는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유 전 의원은 민심 1, 나 전 의원은 당심 1위를 달렸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군소주자에 불과했다. 김기현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미약했고 안철수 의원은 조직력과 당 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여권 주류인 친윤계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사실상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밀린 친윤 수뇌부의 선택은 전대 룰 변경과 친윤 단일후보 옹립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의힘 전대 구도는 김기현 vs 안철수양강 접전구도로 굳어졌다.

국민의힘 전대 룰은 애초 당심 70·민심 30’ 규정이었지만 격론 끝에 당원투표 100%로 바뀌었다. 명분은 민주당 지지자의 역선택 방지와 당원 민주주의였지만 용산 대통령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유승민 배제가 주요 목적이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국정운영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탈당 압박은 물론 친윤계의 집중포화에 시달렸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불출마의 변에서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면서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친윤 단일후보의 물꼬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이 텄다. 권 의원은 지난달 5대통령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의 운영 및 총선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3.8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권 의원은 특히 차기 당 대표의 조건과 관련, “대권 욕심이 당의 이익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차기 대통령 출마에만 몰두에 둔 사람이 당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총선 승리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의 불출마는 친윤계의 후보 정리였다. 대통령 최측근의 당 지도부 입성이 가져올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후 윤심은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의 한 축인 김기현 의원에게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김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사실상 친윤 단일후보로 낙점받았다.

전대 국면 최대 관전포인트는 나경원 전 의원의 거취였다. 용산 대통령실 및 여권 핵심부와의 갈등 속에서 장고를 거듭하던 나경원 전 의원은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5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나 전 의원은 전대 여론조사 내내 선두를 달렸지만 결과적으로 뜻을 접었다. 나 전 의원은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오늘 저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요동 비상등 켜진 vs막판 역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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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 달간 권성동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전대 구도는 김기현 vs 안철수양강대결로 압축됐다. 두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조경태 의원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회장을 지낸 강신업.천하람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세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안 두 의원이 전대 승리를 위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최대 변수는 나경원 지지층의 흡수였다. 핵심 당원층의 지지세가 두터운 나 전 의원과의 연대 성사 여부가 전대 승리의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과 더불어 전대 역할론에 선을 그었지만 나경원 표심 흡수를 위한 두 의원의 눈치게임은 뜨겁다.

윤심이 최대 변수라는 국민의힘 전대가 사실상 나심(羅心) 쟁탈전으로 바뀌는 모양새였다. 이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1월말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안 의원의 지지세가 두 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김 의원과 오차범위 안팎의 치열한 접전 구도를 이어간 셈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김기현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안 의원의 상승세가 커진 것이다. 게다가 김 의원은 이른바 김연경·남진 SNS 인증샷논란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126·27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는 사실상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 가상대결에서 안 의원은 59.2%, 김 의원 30.5%를 각각 얻었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 410(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9%포인트) 대상 조사에서도 안 의원은 60.5%, 김 의원은 37.1%를 각각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131·21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양자 가상대결에서 안 의원은 직전 조사보다 8.1%p 증가한 48.9%, 김 의원은 3.6%p 감소한 44.4%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매우 잘한다고 응답한 적극 지지층의 경우 김 의원(52.7%)이 안 의원(30.0%)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에서 안 의원은 직전조사보다 9.4%포인트 상승한 43.3%, 김 의원은 직전 조사보다 4.0%p 감소한 36.0%를 각각 기록했다. 이밖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13021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도 안 의원이 김 의원을 누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급해진 김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단 한 번도 압박한 적이 없다면서 나경원 전 의원과는 통하는 코드가 아주 똑같은 사람이고 좋은 동지라며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나 전 의원과 수도권 대표론의 가치를 공유해온 안 의원 역시 나 전 의원와 불출마와 관련, “정말로 안타깝다. 마음이 굉장히 힘드신 상황이라고 위로한 뒤 지지층 흡수 전략을 이어갔다.

위태로운 어대현 vs 철수없다 안철수최종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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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의원은 양강구도 형성 이후 치열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일정 취소 및 결근사태를 예로 들며 윤석열 대통령과는 반대쪽 입장에 있는 분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 또한 사실상 친윤계가 아니라며 당원 표심을 파고든 것이다. 안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이변없이 대세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이에 안 의원은 윤심팔이 경쟁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윤심 보태기 경쟁을 해야 한다모두 다시 하나가 되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격돌이 치열해지면서 전대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심은 전대와 관련해 중립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은 물론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해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기현·안철수 두 의원 중 누가 승리하더라도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김 의원이 승리할 경우 친윤계의 지나친 득세로 오히려 역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 22대 총선 승리의 바로미터는 수도권 표심인데 집단린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개혁보수와 수도권 확장성을 갖춘 의원들을 제거했다는 민심 탓이다. 반대로 안 의원이 승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약화는 물론 친윤계가 거센 책임론 속에서 정치적으로 몰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안 의원은 2027년 대선을 꿈꾸는 유력 차기주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여권 안팎의 집중 견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밖에 반윤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유승민 전 의원과 용산 대통령실과의 갈등 과정에서 비윤 정치인으로 나경원 전 의원의 전대 이후 거취는 물론 총선 국면에서의 역할론 또한 변수다. 윤심을 내세워 이변없는 승리를 기대하는 김 의원의 경우 당의 분열보다는 단일대오 형성을 기치로 당 운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악의 경우에는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공천 배제도 현실화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총선국면에서 탈당과 더불어 신당 창당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지지율이 급등 중인 안 의원의 경우 전대 승리 시에 총선 승리를 명분으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와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절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두 의원이 탈당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탄핵국면에서 탈당과 함께 바른정당 창당에 나섰지만 이후 복당했고 나 전 의원은 정치입문 이래 탈당 없이 당적을 유지해온 보수의 여전사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단순히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선거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전대 결과에 따라서는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의 역학관계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윤석열정부 임기 중반 이후 권력지형의 새판짜기의 신호탄일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치열한 양강 접전을 벌이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중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소수파로 정치초보인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력 여부가 엇갈릴 것이라면서 전대 불출마를 선택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정치적 부활 또는 권토중래 여부 또한 전대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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