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내기가 한창이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선거에서 완주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도 철수할 것인가? 안철수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낱같은 기대를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의 철수에 실망했던 사람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철수할 거라며 저녁밥을 걸고, 술자리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 현재 상황은 집권 여당 당 대표를 뽑는 것인지, 대통령실 여의도 파견관을 뽑는 것인지 아리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처럼 당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개입은 설령 마음에 둔 후보가 있다고 해도 보다 내밀하게 이루어졌다. 윤 대통령은 다르다. 노골적으로 호불호를 드러내고 손을 쓰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자살을 선택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무기력하게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당의 당대표 선거는 대통령과 윤핵관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김기현 의원이 무난하게 대표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현재의 흐름으로는 안철수, 김기현 양강구도에서 안철수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는 정치입문 이후 네 번의 철수를 감행했다.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한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물러난 2012년 대선, 오세훈 후보에게 밀린 2021년 서울시장 보선,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한 2022년 대선에서 안철수는 뒷심이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다를까. 안철수가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공세와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안철수에 대한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안철수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을 대통령 소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에서 해촉해버렸다. 치졸함의 끝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줬다. 윤심이 안철수에게 없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여권에 보낸 것이다.

다음주 초 공개될 여론조사에서 안철수가 김기현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 여권 핵심의 안철수에 대한 공세는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나경원에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처럼 안철수를 포위할 것이다. 어쩌면 나경원에게 그랬던 대로 안철수의 기반인 안랩이나 주변 측근에 대한 추문이 흘러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안철수가 견뎌낼 거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안철수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적은 있지만, 정치적 승부에서 완주한 적은 없다. 안철수는 정치 입문 후 잦은 철수와 실패, 변신에도 불구하고 정치 입문 목표인 대권에서 그리 멀어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안철수의 지금 정치적 위상은 기적에 가깝다. 이 기적은 4번의 철수를 통해 얻은 부산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실패가 습관이듯 철수도 습관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은 능력이나 외모, 말재주가 아니다. 정치인은 정치적 고비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가로 자신을 드러낸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자신이 어떤 정치인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과 윤핵관의 공세에 못 견뎌 철수를 선택한다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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