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원 ‘윤심 VS 총선’ 딜레마...安 ‘영남 강세’, 총선형 리더십 수요 반영

(왼쪽부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김기현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김기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역설일까. 이른바 ‘윤심’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관통한 최대 키워드다. ‘나경원 사태’만 보더라도 대통령실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그러나 ‘윤심=김기현’ 전대 공식이 굳혀진 상황에서도 친윤 김기현 후보의 지지율은 주춤하다. 반면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하차 이후 지지율 훈풍을 맞았다. 윤심‧윤핵관의 전대 그립이 강해질수록 비윤 당권주자가 반사이익을 가져가는 흐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전대가 더 이상 ‘윤심이 만사(萬事)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대 대진표가 확정된 만큼, 국민의힘 당원들의 시선이 이제는 계파적 이해관계에서 ‘총선 승리’ 지상과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이에 임기 초 대통령의 당 장악보다 시급한 문제는 총선 승리를 통한 국정동력 마련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집권당 전대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전체의 7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영남의 전략 투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내친김에 안철수까지”...윤핵관 ‘전대 입김’에 반감 증폭 역풍        
‘윤심=김기현’ 공식 성립에도 김기현 주춤...영남에서도 ‘安風’

80만 당원 시대를 맞은 국민의힘은 더 이상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보수정당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중앙당 사무처와 전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책임당원 수는 지난 1월 기준 84만 명에 육박한다. 3.8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더라도 당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반대로 국민의힘이 ‘윤석열’ ‘친윤(親尹)’ 기치 아래 결집해야 한다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절대적 당심으로 반영될 수 없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다선 의원을 지낸 한 정계 원로는 지난 2020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시절을 언급하며 “그 때는 책임당원이 2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불과 2년 사이에 4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의힘) 전대는 친윤이니 비윤이니 하는 계파 검증이 무의미한 선거판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심의 영향력은 나경원 사태까지다. 대통령이 지명 후보를 낼 수는 있어도 80만 당심을 제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3.8 전대의 최대 변수는 결국 2024년 총선 승리에 대한 보수당원들의 갈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총선 승리로 극한의 여소야대 구도를 돌파해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윤심의 역설(逆說)...김기현 ‘주춤’ 안철수 ‘약진’

윤 대통령의 파워그룹인 ‘윤핵관’의 전대 입김이 거세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지난 달 나 전 의원을 저격한 데 이어, 또 다른 윤핵관 멤버인 이철규 의원이 지난 2일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윤심팔이 하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공세를 폈다.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진윤(眞尹)을 자처한 김기현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있는 만큼, 최근 지지율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안 후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 대통령실도 최근 여러 비공식 채널을 통해 ‘윤심에서 안철수는 논외’라는 메시지를 분출하고 있다. 지난 2일 본지 취재에 응한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안철수 후보를 국정 러닝메이트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은 일부 후보 측 주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이날(2일) 안철수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에 대해 대통령실 직속 국민통합위원직 해임을 결정했다. 정치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게 대통령실이 밝힌 해촉 사유다. 용산 관가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의 ‘윤심 발언’을 불쾌히 여긴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말들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앞서 복수의 매체를 통해 ‘윤심은 안철수에게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그럼에도 친윤 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의 전대 지지율은 정체된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이틀간(1월31일~2월1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 후보가 지지율 43.3%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36.0% 지지율을 얻은 김 후보를 오차범위(±4.7%포인트) 밖에서 앞선 결과다. 김기현-안철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안 후보가 김 후보를 4.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분석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로 비윤 표심이 안 후보에게 결집한 데 따른 결과”라며 “대통령실 당무 개입설 등에 대한 부정 여론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을 내놨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일 오전 대구 북구 국민의힘 북구을 당협 사무실에서 열린 북구을 당협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일 오전 대구 북구 국민의힘 북구을 당협 사무실에서 열린 북구을 당협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TK‧PK에서도 거센 安風...‘총선형 리더십’ 요구 방증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지금의 ‘안풍’(安風)이 미풍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물급 비윤 당권주자들의 당권 포기로 비윤‧반윤 표심이 쏠린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에는 정통 당원들이 밀집해 있는 영남(TK‧PK)에서 나타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심상찮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세계일보 의뢰)이 지난 달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김기현-안철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에서도 안 후보가 지지율에서 김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TK에선 안 후보와 김 후보가 각각 58.7%, 38.1%를 얻었고, PK에선 57.2%, 38.9%씩 얻어 안 후보가 김 후보를 영남에서도 압도했다.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뉴시스 의뢰)가 지난 달 28~30일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TK에서 51.6% 지지율을 얻으며 38.8%를 얻은 김 후보를 압도했다. 다만 PK에선 52.5% 지지율을 기록한 김 후보가 안 후보(41.0%)를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김 후보(4선‧울산 남구을)는 사실상 대통령실과 여당 주류가 지명한 적통 주자로서 적어도 보수 텃밭인 영남에선 안 후보(3선‧성남 분당갑)를 압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최후 보루로 여겼던 영남에서조차 안 후보의 강세가 이어지자, 친윤계 등 당 내부에선 의외의 여론조사 동향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친윤계 의원은 안 후보 지지율에 대해 “나경원‧유승민 표가 몰리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면서도 “PK야 (안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 그렇다 쳐도, TK에서 지지율이 이 정도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에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 생가를 방문하고, 그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생일축하 화환을 보낸 것도 영남에서조차 시그널이 좋지 않은 김 후보를 물밑 지원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후보의 ‘영남 강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힘 책임당원들 상당수가 3.8 전대를 앞두고 지역적‧계파적 이해관계보다 차기 총선까지 내다보는 ‘전략적 판단’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으로 보수정당에 발을 들였다. 당내 기반이 전무하고 수도권 지역구를 정치 거점으로 삼고 있어 3.8 전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국민의힘과 PK에서만 4선을 지낸 김 후보는 그야말로 정통파로 분류되는 만큼, ‘윤심 적자’로 낙점됐다는 게 내부 중평이다. 그럼에도 영남에서 이같은 지지율 추이가 나타나는 것은 ‘당정 가교형 리더십’보다 ‘총선형 리더십’에 대한 당원 수요가 높아진 데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정치연구소의 한 선임 연구원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저령화와 이념 다양화로 인해 맹목적 로열티(골수 당원)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 부분 희석된 게 사실”이라며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는 ‘묻지마 식’ 지지보다 당내 융화, 합리적 공천, 총선 승리 등을 두루 고려한 이성적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기 각종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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