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뜻의 ‘일이관지(一以貫之)’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인간사회의 원리인데, 국가운영에서는 ‘정치개혁’으로 수렴된다. 정치는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의 영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폴리뉴스·뉴스더원-데이터리서치의 지난해 12월18~19일 조사에 의하면 국민은 정치개혁(90.9%), 연금개혁(81.1%), 국가재정개혁(79.8%), 교육개혁(78.8%), 노동개혁(74.1%)을 원한다. 이처럼 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은 절대적인데, 문재인 좌파 정권은 이 절박한 국정개혁을 임기 내내 방치했다.

개혁이 실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간다. 올해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해로, 87년 민주화 체제를 넘어 새로운 정치시스템을 만들 ‘개혁의 적기(適期)’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3대개혁과 선거구제 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3월 8일에 개최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尹)심’ 논란 등 더 이상의 잡음은 없어야 한다. 당 대표 후보들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 ‘정치개혁’에 대한 확고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개혁은 스스로의 희생과 일시적인 손해도 감수하는 정치지도자의 굳은 의지와 결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유력한 당권주자 중 한 사람인 안철수 의원은 보수 정당을 이끌 정체성 여부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첫째, 좌파 출신의 자신이 현재 보수인지 여부, 둘째,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소신, 셋째, 김일성주의자 신영복에 대해 “시대의 위대한 지식인”이라고 한 발언에 대한 해명, 마지막으로, 중국과의 마찰을 들어 사드 배치에 반대했던 사실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우리 역사상 유교사상에 입각한 ‘정치개혁’ 시도는 신라 최치원의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최치원의 개혁 시도는 신라 골품제도라는 낡은 틀에 얽매여 빛을 보지 못했는데, 마침내 그의 증손 최승로(崔承老, 927~989)를 통해 고려 건국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그 열매를 맺게 된다.

최승로는 고려의 유교적 통치이념에 따른 제도정비에 이바지한 명재상이다. 927년에 6두품 최은함의 아들로 경주에서 태어났다. 935년(9세) 신라 경순왕이 고려 태조에게 귀부(歸附)할 때 아버지와 함께 고려에 들어왔다.

고려는 광종 대에 힘에 의한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였지만, 성종 대는 왕권과 신권의 화해가 필요한 시기였다. 성종은 즉위 직후 언로(言路)를 개방했다. 5품 이상 모든 관료에게 현안에 대한 의견을 올리게 했다.

최승로는 ‘5대 왕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시무28조’를 성종에게 올렸다. 개혁안은 정치·경제·국방·문화·사회·행정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으며, 국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각종 제도와 장치를 도입하자는 부분이 핵심이었다.

최승로의 삶은 성종을 성군으로 만든 ‘긴 기다림과 짧은 활동기’로 요약된다. 그의 기다림은 ‘시무28조’로 꽃피웠다. 성종은 유학을 통치의 기본으로 선언하고, 치세(治世) 동안 지방제도 및 중앙관제를 정비하였으며,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을 통해 중앙집권적 국가체제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최승로는 도당(渡唐) 유학을 하지 않은 국내파로 학문적으로 높은 경지에 도달하였다. 그는 불교를 수신(修身)의 근본으로, 유교를 치국(治國)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로는 62세에 종1품 문하수시중에 올랐고, 이듬해(989, 성종8) 6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다.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중앙집권적 유교 국가체제를 제시하여 고려가 법과 제도에 따라 국사가 처리되고 본격적인 문치(文治) 사회로 접어들게 만든 명재상. 고려왕조 500년의 기틀을 잡은 최승로 선생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文昌三代始林生(문창삼대시림생) (최승로는) 최치원의 증손으로 신라에서 태어났고

歸附新朝待望行(귀부신조대망행) 고려에 귀부해서 희망을 갖고 송도로 떠났네

急務立綱邦正本(급무입강방정본) ‘시무28조’는 기강 세워 나라 갖춤의 기본 되었고

扶危定國興中程(부위정국흥중정) 위기의 나라를 바로 세워 중흥의 길을 열었네

琢磨切切開京昭(탁마절절개경소) (성군을) 절절하게 절차탁마시켜 개경을 밝혔고

經世申申半島盛(경세신신반도성) 세상을 화평하게 다스려 반도(나라)가 융성했네

稀罕六頭賢主補(희한육두현주보) 희한하게 육두품 재상은 현명한 군주를 보좌했고

萬千滿月大庭成(만천만월대정성) 오백년의 긴 세월 만월대는 조정을 이루었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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