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의 '선택'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김기현·안철수 후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으로 지목되면서다.  

김 후보는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광을 업은 정통파 당권주자임에도 안 후보의 지지율 강세에 전대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후보는 비윤(비윤석열) 표심을 끌어안으며 '당심 1위'로 몸집을 불렸지만, 대통령실과 당내 주류의 견제는 부담이다.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의 등판도 안 후보에게 마이너스 변수다. 

이에 나경원표가 '캐스팅 보트'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두 후보 모두 저마다 불안요소가 뚜렷한 만큼, 나심(羅心)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당권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적극적이다. 그는 최근 나 전 의원의 자택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가족여행을 떠난 나 전 의원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강릉을 직접 찾았다. 김 후보로선 용산 대통령실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 친윤계의 적극적인 화력 지원에도 지지율이 주춤한 흐름이 답답하다. 지금의 정체 국면을 나경원표 확보로 타개하겠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던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후면 지원에 나섰다. 지난 6일 초선 의원 9명은 나 전 의원과 만나 집단 성명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이날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협력 방안을 찾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앞서 나 전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등과 관련, '전당대회에서의 역할은 끝났다'고 밝힌 김 후보 공개 지지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도 당·대 견제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나심' 포섭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당원 표심을 온전히 흡수해야 지금의 지지율 강세를 굳힐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천하람 후보의 가세가 안 후보의 '비윤' 소구력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안 후보 역시 선제적으로 나 전 의원 지지층을 끌어안으며 표심 지반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는 지상과제에 놓였다. 

실제로 안 후보도 나 전 의원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 전 의원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 "(나 전 의원이) '어느 정도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 그래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1.29. [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1.29. [뉴시스]

결국 나 전 의원의 선택에 따라 두 유력 당권주자의 유불리가 크게 갈릴 전망이다. 차기 총선 등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나 전 의원이 당정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김나(김기현-나경원)연대'라는 현실적 선택을 할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안 후보에게 손을 뻗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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