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리인 “공산군 소행”, 재판부 “한국군, 명확한 불법행위”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 1심 판결을 내린 법원. [뉴시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 1심 판결을 내린 법원.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지난 7일 법원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박진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우리 군의 학살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지적했다. 

정부 대리인은 “공산군의 소행이다”라고 주장해왔지만, 재판부는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한국 군인이 베트남 민간인을 강제로 모이게 한 다음 총으로 사살”했음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정부 측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50년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언론과 시민단체는 1968년 당시 파월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베트남 현장에서 증언을 한 응우옌티탄 씨가 한국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결심했다.

응우옌티탄 씨는 사건 당시 상해를 입은 생존자이자 사건의 유가족이다. 소송은 사건 이후 52년이 지난 2020년 4월에 실시됐다. 퐁니 마을 피해자들은 지난 2019년 4월 한국을 방문해 ‘사실인정’, ‘사과’, ‘피해회복’ 등을 요구하는 집단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정부는 해당 사건을 ‘공산군 군인들의 위장사건’, ‘민간인 학살이 아닌 공산군 협력자 작전행위’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0세, 2세 아이들까지 사살된 기록이 있어, 교전이 아닌 학살 사건으로 인정받았다.

국방부 항소할까?, 참전자회 “항소 확신, 증언 명백한 과장·왜곡·조작”

‘정의기억연대’ 측은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책임을 가해국 일본에 요구하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행히 이번 판결로 대한민국은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인권국가로 새롭게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참전자회)’ 측은 “국가보훈처와 함께 사건 담당 부처인 국방부, 법무부에 관련 자료를 지원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며 “월남참전 전우들과 가족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됐고 국제법상 관례를 깬 이례적 판결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에 “국방부, 법무부, 보훈처와 협력해 항소심에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강조했다. 

조봉휘 참전자회 조직국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 학살은 있을 수 없는 왜곡”이라며 “증언은 명백한 과장과 조작이 있는데 이를 용인한 것은 유공자에 대한 사법부의 국가폭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와 법무부가 항소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 대변인실은 “향후 항소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라며 “타 부처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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