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9개월을 맞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됐지만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이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도 회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회담은 늘 열려있다면서도 국회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거절 의사를 보였다.

대통령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1야당 대표 첫 회동 최장기간 공백기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이르면 취임 당일(문재인 전 대통령), 길게는 110(김영삼 전 대통령) 만에 제1야당 대표와 회동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제1야당 정식 대표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는 2018413일 청와대에서 첫 단독 회동을 했다. 20177월 당 대표가 된 홍 대표가 영수회담을 꾸준히 타진한 끝에 성사됐다. 1993225일 취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10일 만인 그해 615, 청와대에서 야당인 이기택 민주당 대표(1993313일 대표 당선)와 처음으로 회동했다. 이밖에 김대중(2)-노무현(15)-박근혜(46)-이명박(59)-노태우(93) 전 대통령 순의 기간으로 제1야당 대표와 첫 회동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영수회담을 거부하는 1차적인 원인은 검찰수사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대통령과 환담을 했다는 것 자체가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회동이후 불필요한 공방 역시 부담스러울 수 있다. 2차적인 원인은 윤 대통령이 검찰출신으로 범죄 피의자와의 만남 자체를 꺼릴 수 있다. 필자는 전자보다 후자일 공산이 높다고 보지만 대통령실은 국회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영수회담 개최를 위한 전제로 삼은 국회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 이슈가 있고 집권여당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있다. 이 대표와 거야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탄핵을 사실상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영수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그러나 전대는 다르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격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대표와 단독 영수회담보다는 여야 영수회담을 원할 수 있다. 11보다 여야 다자회담으로 가는 게 덜 부담스럽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선출직 당 대표가 아닌 임시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수회담을 수용하기보다는 38일 전대에서 신임 당 대표가 결정된 후 정의당까지 포함해 여야 영수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 대표이자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 입장에서는 원오브뎀으로 만나는 회동에 대해 언짢을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호스트인 자리에서 회담을 주도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영수회담 모양새가 이 대표에게 안좋아도 이 대표 성향상 윤 대통령이 여야 다자 영수회담을 제안하면 받을 공산이 높다.

거대 야당과 강대강 정치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정운영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이 대표적인 예다. 따뜻한 봄이 오고 코로나19도 잦아드는 3월에 정치권도 해빙기를 맞길 기대해본다. 집권세력 대 거대 야당이 죽자살자 싸우는 동안 생활고에 빠진 서민들이 죽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을 고리로 여야 영수회담은 이뤄질 때가 됐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