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도덕적 기준은 법령에 규정된 것이 아니다. 윗물이 탁하면 아랫물이 탁한 것은 당연하다(上濁下不淨).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은 결국 사람, 그것도 윗사람이 만드는 셈이다. 여기서 윗사람이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고관대작(高官大爵)이나 부(), 특권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위아래가 하나같이 엉망이다.

공짜로 지하철을 타는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주장에 대한 일부 노인들의 태도를 보라. 무임승차에 대한 미안함도, 염치도 없다. 폭증하는 지하철 누적적자, 요금을 내는 사람들, 젊은 세대에 대한 고민과 배려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노인, 어른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스럽고 파렴치하게 살았나. 난방비를 모든 세대에 주는 지자체들의 경쟁적 행태는 또 어떠한가. 제 돈이면 저리하겠는가. ‘저들은 주는데 우리는 왜 안 주냐?’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보라. 이렇게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현찰을 뿌려대고 공짜를 남발하니 온 세상이 아예 공짜로 돌아가는 줄 아는 모양이다. 이러다 젊은 세대, 미래세대가 아예 세금 못 내겠다고 드러눕는 날이 오지 않을지 누가 장담하겠는가.

기초생활 급여를 더 달라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에게 댓바람부터 전화를 걸어 폭언을 쏟아내는 수급자들은 또 어떤가. 관사가 비좁고 낡았다며 아예 입주를 거부하여 공실이 남아돈다는 의 상황은 또 어떠한가. 군부대를 이전하자고 하니, ‘대도시보다 생활 여건이 나빠져서 군인 가족들이 싫어한다는 국방부의 자세는 또 어떤가. 개인사업자이면서 안전운임운운하며 아예 세금으로 보수의 일정량을 법으로 보장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또 어떠한가. ‘조로남불이란 신조어를 만들 정도였던 조국과, 떳떳하다고 소리치는 그 자녀의 태도는 또 어떠한가. 안하무인(眼下無人)이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저들의 강심장과 파렴치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정치권은 더 말해 무엇하랴.

필설(筆舌)로 다할 수 없는 온갖 너저분한 사건과 스캔들, 그것도 모자라 전과 4범인 사람이 시장, 도지사,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대표를 한다. 숱한 비리 의혹사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그가 쏟아내는 말과 행동의 파렴치함이 보통 사람들의 인식 수준을 초월한다. 그런 당대표를 지켜달라며 벌이는 원내 1당의 국회의원이란 자들이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언행은 또 어떠한가. 정청래, 고민정 의원 따위가 대정부질문에서 보여주는 언어와 표현의 수준을 보라. 그런 그들을 잘한다며 맹종하는 개딸들의 행태를 보라. 참으로 할 말을 잃게 된다.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당이 언제부터 이런 꼴이 되었나.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광경이다.

정부 기관이 많은 혈세를 들여 결론 냈던 김해공항 확장안을 한순간에 쓰레기통에 처박고, 점수가 가장 밑바닥이었던 가덕도에다 신공항을 건설한다며 무제한적 특혜를 담은 무지막지한 법을 통과시킨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또 어떠한가. 자신들이 박근혜정부 내내 그토록 반대했던 주장과 논리를 한순간에 뒤집는 논리를 뚝딱 만들어 와서 찬성이라며, 한 입으로 두말한 국토교통부 공직자들의 파렴치함과 영혼 없음은 또 어찌 봐줘야 할까. 21대 총선을 앞두고 가덕도에 가서 생쇼를 하며 사실상 자당(自黨)후보 선거운동을 한 후안무치한 대통령은 또 어떠한가. 그것도 모자라 아직 소위에서 논의 한 번 된 적도 없는 광주공항법을 대구경북통합신공항법과 한데 퉁 쳐서 2월 국회에서 일괄 통과시키자는 여야의원들, 또 그것이 배 아파 딴지를 놓는 부산지역 야당 국회의원... 도대체 저들이 나라와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는 위정자들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아들이 월급 2백여만 원 받는 직장에서 6년간 일하고 퇴직금 50억 받은 것이, 자신과 상관없어서 무죄를 받았다며 고개 뻣뻣이 들고 목청 돋우는 전직 국회의원까지 있다. 이들의 후안무치함을 국민이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들짐승과 날짐승을 일러 금수(禽獸)라 한다. 오죽하면 금수만도 못한 놈이란 욕도 있는 나라다. 사람이 부끄러움을 잃어버리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나라가 온통 수치심을 잃었다. 국민의 4대 의무(납세, 국방, 근로, 교육)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자들이 공직을 탐하고, 관직을 탐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정당하지 않은 현금 퍼주기에 정신을 잃고, 그런 자를 도리어 일 잘한다며 지지하는 국민이 부지기수인 나라, 내 부모, 내 자식 죽어도 3일상()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타인의 죽음에 빌붙어 수개월, 수년 동안 길거리에서 악다구니 쓰는 사람들, 과연 이들에게 염치와 수치심이 있는가. 이러고도 일본국민 조롱하고, 중국사람 비웃을 수준이 되는 나라인가?

윗물도 탁하고 아랫물도 탁한 이 나라를 어찌할 것인가. 어쩌다 이런 나라가 되었나. ‘제조산하(再造山河)’ 운운하며 가당찮게 헛소리나 할 시간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윗물 정화나 했으면 어땠을까. 위나 아래가 하나같이 탁하고 오염되었으니 근본을 바로잡을 책임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명감과 애국심, 투철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과거가 만든 모습이 오늘이고, 오늘이 만드는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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