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천하람 변호사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회 활동으로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천 변호사는 최근 언론과 당원들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사실상 유일무이한 비윤 대표주자로 나서면서 전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물론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구도가 고착화한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은 떨어진다. 다만 비윤계와 중도 개혁성향의 표심을 결집해서 3위에만 올라도 대이변이라는 평가다. 특히 천 변호사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이후 윤핵관을 간신배라고 전방위적인 비판을 날리면서 신()윤핵관 저격수로도 떠올랐다. 여권 일각에서는 제2의 이준석이 탄생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천 변호사의 겁 없는 전대 도전기를 짚어봤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천하람 변호사. 뉴시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천하람 변호사. 뉴시스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뒤흔들 다크호스로 급부상
- 대구 출신 법조인으로 21대 총선 호남 출마 이색 경력
- 비윤·개혁 성향 당심 모아 3위만 돼도 이변

천하람 변호사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1986년 대구 태생의 법조인 출신으로 지난 200021대 총선에서 전남 순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호남을 버리지 않고 당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지역주의 타파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운 건 아니지만 대구가 고향인 보수진영 청년 정치인의 호남 출마는 정치권 안팎에서 꽤나 신선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21대 총선 낙선 이후 천 변호사는 다수의 시사프로그램에 정치분야 패널로 출연해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전대 등판과 동시에 윤핵관과 친윤계를 정면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기필마천하람, 윤심팔이 맹비난윤핵관 정면비판

정치적으로 친이준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변호사는 10일 발표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 4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양강인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물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더불어 당 대표 경선 최종 4인에 선출된 것이다. 천 변호사는 특히 예비경선을 통과했던 여권 중진인 윤상현·조경태 의원마저 눌렀다. 지난 3일 당 대표 출마선언 이후 예비경선을 가볍게 통과한 이후 본경선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본경선 진출자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는 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친윤계의 전대 독주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심리가 어느 정도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돌이켜보면 천 변호사의 선전은 사실상 예고된 시나리오였다. 이준석 전 대표의 불명예 낙마 이후 비대위 체제와 전당대회 국면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가 이어진 가운데 길잃은 비윤 표심과 개혁 성향의 2030세대의 지지층을 대거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선전이 이어졌다. 천 변호사는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6~7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9%p)에서 김 기현 의원 45.3%, 안철수 의원 30.4%에어 9.4%를 얻으며 3위를 차지했다. 황교안 전 대표는 7.0%, 조경태 의원 2.3%, 윤상현 의원 2.0%의 순이었다.

천 변호사는 지난 3일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이준석계 비윤 주자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주요 공약으로 상향식 공천과 국회의원 중간평가 제도를 내세운 천 변호사는 윤심팔이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의 지지도와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이라고 맹비난한 뒤 과거로 퇴행하는, 뒷걸음질 치는 국민의힘을 다시 앞으로, 미래로 이끄는 당 대표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천 변호사는 특히 전당대회 룰 변경,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초선 의원 연판장 사건을 예로 들며 주류 친윤계의 당권장악 움직임을 매섭게 비판했다. 천 변호사는 지금 주류, 친윤, 윤핵관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박살 내고 있다대통령에게 해를 끼치고, 당과 대한민국 정치를 망치는 간신배들은 더 국민의힘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변호사는 이후 전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연일 윤핵관을 정조준했다. 천 변호사는 국민의힘 주류를 가장 왜곡하고 오염시키고 있는 윤핵관들부터 일차적으로 퇴진해야 한다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봤을 때도 도가 넘었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 이준석, 안철수, 나경원, 유승민 정도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스타플레이어들이자 다음 대선 후보군인데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권력, 숫자, 주류의 힘으로 밀어내겠다는 게 정상적 행태냐고 꼬집었다.

갈 곳 없는 비윤표심, 천하람 총력지원3?

김기현.천하람.안철수 당대표 후보. 뉴시스
김기현.천하람.안철수 당대표 후보. 뉴시스

전대 출마로 국민적 이목끌기에 성공한 천하람 변호사의 상승세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전대 구도를 뒤흔드는 돌풍의 핵이 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다. 특히 양강구도를 형성한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에 미달할 경우 2차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만약 천 변호사가 10% 안팍의 두자릿수 득표력을 달성한다면 결선투표에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당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번 전대 선거인단은 약 84만명(839569)이다. 지난 20216월 이준석 전 대표를 선출했던 직전 전대 당시 선거인단 약 32만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20대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당원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과 30대 이하 젊은 당원 비중이 대폭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수도권 당원 비중은 20216월 전대 당시 32.3%보다 5.5%포인트 늘어난 37.8%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와 20대를 포함한 30대 이하 당원 비중은 17.8%20216월 전대 당시 11.6%와 비교할 때 )6.2%포인트 증가했다. 당원 규모가 커질수록 이변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와 같은 체육관 전대가 아닌 모바일 투표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조직표의 위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천 변호사는 당 대표 후보 중 유일한 30대 청년 출신의 혁신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중도개혁 성향이 강한 수도권 표심과 2030세대 청년 당원들의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번 전대는 친윤 vs 비윤 대결적 프레임이 아니라 구태냐 혁신이냐를 따지는 혁신경쟁으로 가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천 변호사는 김기현·안철수양강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세간의 전망에도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권 일각에서 떠돌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중도사퇴론이 현실화되면 천하람 변호사가 김기현 의원과의 양강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마저 나온다. 천 변호사는 이와 관련, “나쁜 권력자가 때려주기 시작하면 국민적인 돌풍이 분다. 안철수 후보가 최근에 약진한 것도 나쁜 권력자인 윤핵관 이런 간신배들이 때리니까 큰 것이라면서 “60% 득표를 생각하고 있다. 천하람·안철수 골든크로스가 나오게 되면 이제 권력자들도 천하람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선두그룹인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추월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이 있는지 여부다. 국민의힘 전대 초반 국면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민심 1, 나경원 전 의원은 당심 1위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불출마 이후 이른바 비윤 표심은 안철수 의원에게 급격하게 쏠렸다. 다만 천 변호사의 등장으로 상황은 다소 미묘해졌다. 300선 당 대표의 탄생이라는 20216월 전대의 기적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천 변호사는 이에 안철수 의원을 기회주의 정치라고 집중 저격하면서 나경원 지지층의 표심 흡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천 변호사는 안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안철수 후보께서 저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시겠다면 굳이 그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인위적인 연대를 할 생각은 1도 없다더 잘하는 사람이 올라가면 된다. 결선투표가 있는데 뭐 하려고 연대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김기현 의원이 불출마한 나 전 의원과 의원과 연일 회동한 것과 관련, “나경원 전 의원을 학폭 피해자로 만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학급 분위기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건가라면서 김기현 후보는 학폭 가해자의 행태를 멈추시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천 변호사는 나경원 전 의원이 압박을 받아서 지지선언을 강요받는 듯한 모양새라면서 역풍이 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풍에서 태풍으로천하람, 파괴력 어디까지...

이준석 전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허은아 의원. 뉴시스
이준석 전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허은아 의원. 뉴시스

컷오프 통과했습니다. 더이상 당이 퇴행하지 말라는 당원들의 절박한 호소입니다. ‘구태와의 결별총선승리의 필승전략입니다. 기필코 양강을 뛰어넘어 국민의힘을 환골탈태 시키는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겠습니다. 여의도와 용산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당심은 물론 민심까지 얻겠습니다.”(210일 컷오프 통과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천하람 변호사의 파괴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준석의 정치적 아바타에 불과한 만큼 순간의 돌풍에 그칠 것이라는 당 주류인 친윤계의 시각이다. 일종의 평가절하다. 반대로 생각할 대목도 있다. 10일 국민의힘 전대 컷오프에서는 당 대표 후보인 천 변호사뿐만 아니라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현역인 허은아 의원과 원외인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과 이기인 경기도 도의원 등 이준석계 4인방이 모두 본경선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친윤계의 당권 장악 의도에 중대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 완주를 목표로 선전을 다짐 중인 천 변호사는 유일한 비윤계 주자라는 점 때문에 정치적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대는 10일 컷오프 이후 본경선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3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권역별로 7차례의 합동연설회는 물론 5차례의 TV토론회를 가진다. 여권 안팎에서는 오랜 방송경력으로 토론과 논리에 능한 정치패널 중 한 명인 천 변호사가 전대 본선에서 본인의 장점을 살려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과거 이준석 전 대표가 공중파, 종편,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뛰면서 인지도를 쌓은 뒤 전대에 도전한 성공 방정식을 충실하게 뒤따르고 있다. 실제 천 변호사는 한때 TV와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더불어 보수진영에서 가장 유명한 패널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천하람 변호사의 국민의힘 전대 등장은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을 떠나 국민의힘 당원들의 복잡미묘한 속내를 파악해볼 수 있는 중대 지표라면서 천하람 변호사의 상징인 호남이라는 정치기반과 30대라는 젊은 개혁 성향은 모두 국민의힘의 약한 고리라는 점에서 천하람 변호사의 돌풍이 이어질수록 국민의힘은 보다 다채로운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서는 제2의 이준석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의 불명예 퇴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지명도를 갖춘 또다른 청년 정치인의 등장은 국민의힘의 미래를 밝히는 요소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구원투수로 발탁했다가 토사구팽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천하람 바람이 미풍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태풍으로 진화할수록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다소 맥빠진 국민의힘의 전대 흥행은 물론 지나치게 우경화한 당의 체질 개선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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