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겨울은 시베리아만큼 춥고 건조하고, 여름은 적도지방만큼 덥고 습하다. 겨울 추위는 혹독하고, 여름 더위는 유난스럽다. 한여름 땀으로 빠져나가는 체력을 보충하려고 보양식을 찾는다. 한국인이 즐기는 보양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오리고기는 건강한 기름(!)’의 맛을 즐길 수 있기에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와 머리카락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오리고기는 칼슘, , , 비타민B가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도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주물럭으로 구워 먹기도 하고, 탕으로 끓여 먹기도 하고, 삶아서 백숙으로도 먹는다.

한국 사람들이 오리고기를 즐긴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91년에 오리고기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오리고기는 한국인의 식탁에 즐겨 오르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오리도 닭, 메추리와 함께 알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됐다. 지금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겨 먹는 음식 종류로 대접받고 있다. 불과 30여 년 만에 한국인의 식탁에 주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오리고기는 우리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다. 이웃 나라 중국은 세계에서 오리를 가장 많이 기르는 나라답게 베이징덕말고도 많은 다양한 오리요리를 즐겨 먹는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도 지방별로 독특한 오리요리를 자랑한다. 푸아그라는 거위뿐 아니라 야생 오리의 살찐 간을 재료로 한 요리다.

먹는 오리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베이징덕푸아그라지만, 먹지 못하는 오리로는 레임덕(Lame duck)’이 사람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레임덕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말에 나타나는 권력 누수 현상을 일컫는다. 1860년대 미국에서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의 임기 말에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반대 견해에 서는 일이 벌어지면서 정치용어로 쓰이게 되었다.

레임덕은 보통 임기 말에 오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여론지지가 높으면 오리가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기 어렵고, 정권 초라도 여론지지가 낮으면 오리가 다리를 절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말까지 40% 가까운 지지도를 기록하며 오리의 그림자도 보기 어려웠다. 물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자마자 다리를 저는 오리들로 사면초가에 휩싸이게 되었지만.

이제 집권 1년 차를 지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을 앞세워 예전 군사독재 정부 못지않은 서슬 퍼런 분위기를 연출하며 힘자랑을 하고 있다. 감히 다리를 저는 오리가 기웃거릴 수 있는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의 핵심 실세들은 권력이 절대로 산술급수적으로 단계적으로 힘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개입은 이미 선을 넘었다. 여당을 손안에 쥔 공깃돌 취급하는 대통령실의 태도에 여론의 실망은 이미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거부하는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순간 윤석열 정부는 남은 임기 4년을 다리를 절며 보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권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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