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체제불안 속 정계개편론 ‘솔솔’...용산發 ‘통합형 신당 창당’ 전망도

윤석열 대통령(좌)과 신평 변호사(우)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좌)과 신평 변호사(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소재를 놓고 과열 양상을 띠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정치멘토’ 역할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가 띄운 정계개편론이 여권을 강타했다. 신 변호사는 최근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탈당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친윤(친윤석열) 성격의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파격 발언을 해 정치권에 파장을 불렀다. 또 그는 ‘창당 전문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이러한 정계개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에 김 위원장은 즉각 “대통령 탈당은 없다”고 신평발(發) 정계개편설을 일축했다. 정가에선 신 변호사가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후원회장 직을 물린 이후에도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정계개편은 그간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의 여소야대 극복 시나리오로 꾸준히 거론됐던 만큼, 신 변호사의 단순 ‘사견’으로 치부하기엔 배후에 얽히고설킨 연결고리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신 변호사는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연일 ‘대통령 탈당’을 언급하며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를 저격하고 있다. 일견 김기현 후보를 ‘윤심 적자’로 부각시키기 위한 극단적 방법론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이는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윤 대통령과 안 후보가 맞은 파국을 감안하면 당 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보는 시각도 적잖다.

신평이 ‘尹 신당 창당’ 시나리오 띄운 진짜 속내는 

안 후보가 차기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윤 대통령 탈당’ 가능성을 단언한 신 변호사가 최근 집권당 선거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도운 그가 쏟아낸 정계개편론은 그 방식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계개편 여부만 놓고 보면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게 중평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다양한 용산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신 변호사는 지난 7일 “잦은 언론 노출이나 의견발표가 제가 후원회장을 맡은 김 후보에게 큰 폐를 끼치고 있음을 절감한다”며 친윤 당권주자인 김 후보의 후원회장 직을 사퇴했다. 그는 후원회 하차 이후에도 자신의 이 같은 지론을 관철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 두 자릿수가 여당으로 이적할 것이란 가설까지 더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여든 야든 (정계개편에) 상당히 취약하다. 언제 어디서 정계개편 신호탄이 울릴지 모르고 야당이 더 취약하다”라며 “(여당으로 가는) 그런 분도 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으로 이적할 만한 민주당 의원이) 한 10%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며 10명 이상이 국민의힘으로 색깔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서 지난 7일 그는 MBC 라디오 방송에서도 ‘안철수 지도부’가 출범할 경우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며 “윤 대통령으로서는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 여야의 지도체제 불안에 따른 정계개편 유동성이 커졌다고 보는 시각에서 기인한다. 

여권의 경우 윤 대통령 본인이 구심점이 돼 ‘친윤 정당’을 출범시키며 여당 장악력을 극대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이를 통해 여소야대 돌파 및 국정동력 마련을 시도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야권 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고점에 이른 만큼, 이 대표에 대한 법적 처분이 이뤄지는 등 유사 시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분화로 인해 ‘분당’(分黨)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중도‧진보 통합형 보수 신당’ 어젠다를 구 민주진영 출신인 김한길 통합위원장과 물밑 공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이) 국민통합위 수장으로 영입된 이후 표면적으로는 뚜렷한 활동상이 없지만, 물밑에선 야권 전‧현직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들었다”라며 “국민통합위의 ‘진짜 미션(mission)’에 대해 모를 리 없는 신평(변호사)이 정계개편 카드를 꺼냈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신 변호사가 친윤계를 주축으로 한 여야 통합형 신당 창당은 필연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뉴시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뉴시스]

김한길표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여의도 정가에서 ‘정당 리모델러’ ‘창당 전문가’로 정평이 난 김 위원장이 존재는 여권발 정계개편설을 가볍게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소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입장문을 내며 구설 진화에 나선 것은 어디까지나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통합위의 정계개편 구상에 대한 견해 차이를 부정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새 살림을 차리는 대신 국민의힘이라는 기존 플랫폼을 ‘중도‧진보 통합신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김한길표 정계개편의 얼개라는 것.  

국민통합위 내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안철수 지도부를 의식해 지금의 여당을 나가서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대선 전후로 사석에서 종종 중도‧진보 세력을 흡수한 ‘통합형 신당’ 구상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신변(신 변호사) 말대로 지금의 여야 상황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그렇고 정계개편 개연성이 높은 상황임엔 틀림없다”면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되든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김 위원장이 야권과 접촉면을 늘리는 등 본격적인 정계개편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이번 (국민의힘) 전대를 통해 친윤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략적 정계개편이 시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 정계개편론은 지난 2021년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당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발탁하면서부터 후문이 끊이지 않았던 사안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 출범기인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집도했고, 2013년 당시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출범시킨 장본인이다. 이렇듯 윤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이후 줄곧 김 위원장을 곁에 두고 중용하는 것은 정국 흐름을 살피면서 정계개편 카드를 쥐고 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국민통합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국민통합위의 행정적 기능보다 정계개편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정계개편은 정무적 사안으로 우리 기구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김 위원장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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