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TK‧광주 신공항 특별법 ‘빅딜’...PK 의원들 발등엔 불 떨어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부산 부전동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조속한 착공을 약속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02.15.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부산 부전동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조속한 착공을 약속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02.15.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TK(대구‧경북) 신공항과 PK(부산‧울산‧경남) 가덕신공항 사업을 놓고 TK-PK 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와 국민의힘 TK 의원들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통과에 열을 올리면서다. 반면 TK신공항에 앞서 특별법이 처리된 가덕신공항의 경우 ‘해상공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부지매립, 공법 검증 등 여러 난제에 봉착한 상황. 이런 상대성이 지역 정가를 중심으로 갈등의 소지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TK‧PK에 각각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물밑 신경전이 싹트는 양상이다. 여권 일각에선 정치논리와 연계된 영남 신공항 사업이 자칫 지역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총선 악재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TK 의원들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연내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기존 대구국제공항의 이전과 부대시설 조성에 소요되는 비용 상당 부분을 국비로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중앙‧지방 정치권은 2030년 신공항 완공을 목표로 올해 해당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을 대체하는 수준의 중‧남부 최대 항공교통 허브로 격상시킨다는 구상이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TK신공항을 미래 지역경제의 주춧돌이자 ‘게임체인저’로 지목하며 관련 사업을 최우선 시정(市政) 과제로 직접 챙기고 있다. 앞서 홍 시장은 현역 의원이었던 지난 2021년 대구국제공항 이전과 관련한 특별법을 발의한 바도 있다.  

그에 반해 부산 가덕신공항은 지난 2021년 2월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2030 부산세계엑스포’ 개최를 한 해 앞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됐지만 공전 중이다. 당초 부산 등 PK에서는 신공항 개항과 글로벌엑스포 개최 시너지에 대한 기대심리가 컸으나, 해상공항 특성상 부지매립에만 장시간이 소요되고 공법조차 확정되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자 잡음이 잇따르는 모양새다. 가덕신공항 개항이 지연될 경우 후발 주자인 TK신공항과의 위상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 조기 개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면서다.

이에 국민의힘 중앙당 PK 의원들과 지역 정가 인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집권 당정이 총선 전 지상과제로 TK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면서다. 가덕신공항은 2년 전 특별법 제정이 이뤄진 터라 상대적으로 당내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소속 한 부산시의원은 지난 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가덕신공항은 특별법이 제정된 지 2년이나 됐지만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라며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말들이 나오면서 지역정가, 시민사회 가릴 것 없이 조바심이 팽배한 건 사실”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시의원은 “다만 (신공항 이슈가) 지역 간 감정 문제로 확대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경북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부지를 방문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경북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부지를 방문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국힘 TK신공항 특별법 사활...PK 의원들은 ‘뾰로통’ 

지난해 8월 발의된 TK신공항 특별법은 대표발의자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권주자 김기현‧안철수 후보 등 74명이 공동발의자로 동참한 결과물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비 지원 등이 핵심인 TK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여기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신공항 사업과 관련한 행정‧입법 전반에 걸쳐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이처럼 중앙‧지방 정치권이 TK신공항 특별법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광주 군(軍)공항 이전’ 법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선 특별법 통과에 앞서 국회 절대다수 지분을 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 ‘광주‧TK 신공항 특별법’ 동시 처리를 제안하는 ‘빅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신공항 현안이 재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수 최대 텃밭인 TK 민심을 미리 다지는 정지작업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TK 의원들은 지난 달 27일 국회에서 광주 군공항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송갑석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강기정 광주시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군공항 이전, TK신공항 건립 관련 현안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TK‧광주 공항)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부울경 지역 정가 등 일각에선 TK‧광주 공항 이전 프로젝트가 동시 추진될 경우 가덕신공항 사업 진행에 필요한 국비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동남권 제1공항’ 타이틀이 TK신공항으로 넘어간 데 따른 잠재적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덕도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비행기 모형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DB]
가덕도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비행기 모형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DB]

이에 국민의힘 PK 의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가덕신공항 사업 정체에 대해 “지역 간 이해관계로 볼 사안은 아니”라면서도 “가덕신공항 특별법 발의에 참여한 장본인으로서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에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은 절감하고 있다. 같은 지역구 의원들과도 가덕공항 실무 지연에 대해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PK 의원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바라보는 부울경 민심이 어떤지 충분히 체감하지 않았나”라며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당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년 총선 생각하면 당 차원에서 가덕공항의 후속 진행과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PK신공항 착공 지연에 현지 민심이 좋지 않은데, (당이) 이를 경시한다면 총선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21년 4.7 재보궐을 앞두고 박수영 의원 등 국민의힘 PK 의원 15명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총력을 폈다. 복수의 PK 의원들에 따르면 특별법이 통과됐을 당시 지역구 당원 등 현지에선 격려와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한 부산 지역구 의원은 본지에 “지역구를 찾을 때면 시민들이 어김없이 물어오는 현안이 가덕공항”이라며 “(신공항) 착공 지연 소식에 최근에는 ‘도대체 중앙당에서는 뭘 하고 있냐’는 질책도 나온다”고 가덕신공항 사업이 TK신공항 의제에 후순위로 밀린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당 PK 의원들은 지난 달 30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TK‧PK 신공항 문제와 관련,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될 것을 걱정해 (PK 의원들이) 집단 대응을 자제해 왔다”며 “그러나 TK공항의 조기 개항과 영남 제1공항화(化) 추진은 반대급부로 가덕신공항 사업 동력을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PK 의원들이 의기투합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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