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중요한 검사인데, 비급여라서요. 하시겠어요?”

산부인과 비급여 검사 항목에 대해 심평원도 보건복지부도 관리하고 있지 않다. [이창환 기자]
산부인과 비급여 검사 항목에 대해 심평원도 보건복지부도 관리하고 있지 않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산부인과 비급여 항목은 누가 관리하고 있을까. 종류도 많고 다양한 산부인과 검사. 이 중 급여 항목에 포함되는 검사도 비용이 확대되며 임신과 출산을 앞둔 부부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비급여 항목은 아예 관리조차 안 되고 있다. 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어느 곳도 산부인과 비급여 검사에 대한 통계는 물론이고 항목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양육과 보육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인심과 출산에 대한 부담조차 줄여주지 못하면서 저(低)출산의 책임을 젊은 세대·부부들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복지부·심평원·저출산위 “산부인과 비급여 나몰라”
비급여 검사료의 숨은 압박… 관리하는 기관은 ‘암무도’ 없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로, 3년 연속 38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 1명이 일생(가임기) 동안 출산하는 자녀수의 국가별 평균을 의미하는 수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출산율 수치는 2021년 기준 0.81을 기록했다. 바로 이웃하고 있는 일본은 1.33을 기록해 OECD 평균인 1.6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저출산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국가 존립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로도 꼽히고 있다. 아울러 임신과 출산에 대한 비용 부담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아니지만 분명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이에 정부에서도 임신과 출산을 돕기 위한 정책 마련에 안간힘이지만 정작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있다. 

저조한 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정부로부터 지자체, 각급 민간단체까지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비용 부담은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못하다. 산부인과 임신부 진료나 검사에서의 급여 항목 비용도 최근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비급여 항목의 비용도 확대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 

심평원, 급여 항목만 파악 & 보건복지부, 비급여 통계 없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임신이나 출산 등 산부인과 진료나 검사를 위한 항목 가운데 급여 부분에 해당하는 것은 전체 관리가 되고 있지만, 비급여 항목에 대한 것은 제외된다. 일요서울이 심평원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1의 의원급 및 병원급 산부인과 외래 진료비는 4200억 원에서 4260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2021년에는 전년대비 병·의원 모두 증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난 5년간 출생아수가 27% 감소했는데, 본인부담금은 1.7배 증가했다”며 “청년세대가 마음 놓고 아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등으로 받은 자료를 통해 “비급여 항목 중 임산부들이 많이 받는 NIPT검사 비용은 최대 100만 원에서 150만 원이 든다”라며 “특히나 비급여 항목이 적지 않은 임신·출산 과정의 진료비용은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은 실제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데다 병원마다 가격도 천차만별. 이에 정부에서 정확하게 파악해 대다수가 받는 검사라면 급여 항목으로의 전환이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심평원에 비급여항목에 대한 파악을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에서도 산부인과 비급여항목에 대한 통계나 현황파악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임신출산바우처로 100만 원을 국민행복카드로 발급해 급여나 비급여 항목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면서도 “추가적으로 들 수 있는 비급여에 대한 부분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위험군 임산부에 대해서는 추가 지원을 하고 있으며, 난임시술 등은 보험으로 지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뉴시스]
보건복지부. [뉴시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향후 복지부와 협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저출산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해 파악하고 있는 것이 있을까. 직접 문의했으나 역시 돌아온 답변은 동일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비급여 항목 파악이) 필요하다고 요구되는 상황에 보건복지부 등과 협조하고, 급여 항목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면 이 또한 논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산부인과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과정에서의 중요한 검사라 하더라도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면 심평원도, 보건복지부도 관리하지 못하는 셈이다. 

즉 급여항목조차 비용이 오르며 임신을 계획하고 출산을 예정한 가정에는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데,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나 비급여 항목의 경우 검사료 비용이 동일하게 정해진 것도 아니다. 

출산 경험담 “비급여라도 할 수밖에”

A씨는 첫아이를 낳은 지 만 3년이 됐다. 그는 비용 부담이 컸음을 떠올리며 3년 전을 회상했다. A씨는 “40세가 넘은 나이에 임신하고자 했으나 난임으로 시험관 시술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지원 대상(기준소득에 따른)에 들지 못해 개인부담 비용이 많았고 대부분 비급여였다”라며 “지금은 정부지원이 몇 년 사이에 조금 변경된 것으로 알지만, 역시나 그만큼 비급여 항목도 늘고 또 다른 부담 비용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출산 시기가 도래하고 자연분만을 하고자했음에도 막상 당일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비용 부담도 늘고, 입원 기간 확대에 따른 입원비와 제반 비용이 더 추가된다는 것도 반드시 숙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출산 후 2년이 되어가는 B씨는 공기업에 근무한다. 덕분에 육아휴직이 보장됐고, 1년이 지나 복직하고 정상 근무 중이지만 임신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B씨는 “검사 항목에서, 비급여와 급여가 6.5대 3.5 수준으로 비급여가 2배가량 높았고, 비용은 거의 평균 3~4배 수준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비급여 검사 종류가 많고, 중요한 검사가 비급여라도 태어날 아이를 생각해서 반드시 할 수밖에 없다”라며 “산부인과에서 산모 뿐 아니라 신생아에 대한 검사도 굉장히 많으나, 출산 후에는 여유가 없으므로 반드시 미리 알아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산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C씨는 아직 휴직 중이다. 1년 가까이 지나면서 외벌이 남편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C씨는 “출산 후 1년이 되어가면서 커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즐거움과 양육에 대한 부감이 겹치고 있다”라며 “그런 중에 가족들이 둘째 계획을 묻는 경우가 있는데, ‘임신부터 출산까지 비용을 누군가 해결해 준다면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가 됐지만,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 해결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의 사각지대에서 산부인과 비급여 검사가 이른바 ‘뒤에 숨어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가정에 비용 부담으로 압박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산부인과의 임신전부터 출산까지 이어지는 각 항목 가운데 비급여의 부담이 큰 주요 검사에 대해 향후 보건복지부와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산부인과의 임신전부터 출산까지 이어지는 각 항목 가운데 비급여의 부담이 큰 주요 검사에 대해 향후 보건복지부와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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