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박상홍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박상홍 변호사]

“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입니다. A 씨, 지난 2020년 뇌전증 사유로 5급(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으신 것 관련해서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사 일시는 …” 

얼핏 듣기에 신종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싶은 전화를 받은 A 씨는 황당하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학병원에서 비싼 돈을 들여 수차례에 걸쳐 MRI·뇌파 검사를 실시하여 뇌전증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통원 치료까지 받고 있는 자신에게 병무청이니 검찰이니 운운하며 조사를 받으라니.

그러고는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예전에 신체검사를 받기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던 B대표에게 연락해 보지만, 착신음만 속절없이 울려 퍼질 뿐이다. ‘국군국방행정사무소’라는, 누가 봐도 믿음직스러운 타이틀의 대표이사답게 과연 자신을 척 보자마자 한눈에 평소의 어지럼증이나 손 떨림 등의 증상을 간증하듯 읊어 대고서는 ‘뇌전증 증상이 확실하시다.

그런데 왜 군대 문제로 고민하시냐. D대학병원으로 가서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무청에 제출하면, 신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병역문제는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줬던 그가 아닌가. 그런 사람이 웬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자, 일단 조사를 받아야 할지,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따로 준비를 할 게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해 벽두부터 연일 타임라인에 올라오고 있는 주요 범죄 중 하나는 축구·배구·승마·볼링 선수와 래퍼까지 연루되어 있는, 이른바 ‘뇌전증 병역비리’ 사건이다. 만일 ‘국군국방행정사무소’ 또는 ‘국방/병무 민원행정전문’을 표방하는 뭔가 사짜스러운 ‘전문가’로부터 뇌전증 진단 권유를 받고 그에 관한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지시받은 과정을 거쳐 뇌전증 진단을 받아 신체검사에서 4급 이하로 판정받았다면, 안타깝지만 당신도 조만간 위 사례의 A 씨가 될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은 지난 12월 초 ‘병역 면탈 합동수사팀’을 꾸려 뇌전증 증상을 허위로 꾸며 병역을 면제·감면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한 브로커들을 연달아 구속하여 기소하고 있다. 병무청과 검찰에서 이 정도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꾸린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서, 현재 혐의자들만 최소 100명에 육박하며, 수사가 진척됨에 따라 그 수는 더욱 증가할 수 있는 국면이다.

브로커들의 수법은 대체로 비슷한데, 인터넷 포털과 블로그를 중심으로 ‘신체검사·재검사·이의제기, 현역복무부적합 심사’ 등을 상담해 준답시고 미팅을 유도하여, 뇌전증을 호소해 4급 이하 등급을 판정받도록 컨설팅해 주고 그 대가를 취하는 식이다. 이들은 군전문 법률자문기관으로 공식적인 업무 협약을 체결하였다고 자평하면서, 컨설팅의 대가로 고액을 요구하는 대신 ‘현역 처분을 받으면 0원’이라는 문구를 넣어 의뢰인들에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유혹의 마수를 뻗쳐왔다.

검찰은 대가의 액수가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수준까지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통화 내역과 병원 진단서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여 병역면탈 용의자들을 낱낱이 추적하고 있으며, 대인·대물 강제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뇌전증 신고 및 치료 과정에 연루된 가족·지인들에 대해서도 공모 내지는 방조의 정황을 추적하고 있어 초기 수사단계에서부터 전문가로부터 변호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일 당신이 A 씨라면, 주저하지 말고 변호사와 상담받으실 것을 권한다.

< 박상홍 변호사 ▲ 서울대학교 졸업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검사/징계간사 ▲ 공군 제39정찰비행단 군검사(법무실장)/징계간사 ▲ 각 군 항고심사위원회 심사위원 ▲ 국군교도소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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