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중독] 저자 마이클 모스 / 출판사 민음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탁월하다고 자부한 자유의지 알고리즘이 삶의 교란을 초래할 때가 있다. 특히 먹고 마시는 일처럼 평범한 일상인 경우에 더 그러하다. 문제는 음식의 유통경로를 무시한 간편식과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할 때 더 두드러진다. 코로나 19 상황을 겪어오면서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식사 시간이 늘다 보니 음식에 대한 정서가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질돼 버렸다. 꼼꼼히 원재료를 구입하는 경로를 간과하고 재료를 다듬고 정성을 들이는 과정을 허투로 여긴다. 

저자 마이클 모스의 신간 ‘음식중독’에서는 식품가공업체가 기업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의 본능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며 법률과 정책의 허점을 어떻게 노리는 지를 살벌하게 폭로한다. 이어 음식 중독과정의 생물학적, 사회적 원인을 살펴 식습관의 주체로 바로 서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여기에 음식의 가치를 재정립하고자 가공식품업체들이 음식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인간본성을 어떻게 정복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뇌의 메커니즘 속에 식욕이 위가 아닌 뇌로 느끼는 감각현상이라는 사실을 짚어주면서 좋아하는 것과 갈망하는 것 사이의 속도를 제어하는 단서가 어디에 있는 지를 살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중독의 복잡함의 중심에 뇌를 길들이는 반복적인 습관으로 음식을 섭취하다 보면 진정한 신체 건강이 아닌 혀가 추구하는 초신경전달물질에 의한 감각적인 섭취가 주를 이룰 수 있음을 염려한다. 맛을 곧 ‘기억’이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뇌가 음식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살피고 기억하기 위해 먹는 부류와 잊기 위해 먹는 사람들의 사례를 살피면서 기억을 노리는 광고가 어떻게 매체를 장악하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중독에 관한 연구사례를 검토해 일상 속에서 먹는 음식이 술이나 담배, 약물보다 더 강한 중독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현대인의 삶을 장악한 간편식과 저렴한 가격의 유혹이 초래한 결과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진단해 미각 교란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본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다이어트 황금시장에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짚어준다. 식단 조절의 역사를 살피고 다이어트 산업을 흡수 병합하는 현실적인 사례를 나열한다. 

저자는 인간이 먹는 음식에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났고 진화론적으로 속도가 너무도 빨라서 일부 과학자는 우리의 비정상적인 식습관이 생물학적 특성과 끔찍한 부조화를 이룬다고 우려한다. 음식의 열량을 판단하고 대사 작용을 하는 능력에 있어서 인간의 뇌와 육체가 현대인의 식단에 발생한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책에서 저자는 “달고(설탕) 짜고(소금) 기름진(지방) 음식은 뇌의 갈망 스위치, 즉 보상 회로를 발동시키는 강력한 요소다. 초콜릿을 입힌 도넛을 먹고 설탕과 지방의 조합에서 비롯한 풍미와 냄새와 맛이 뇌를 자극하고 음식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 근본적인 갈망을 일으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뇌에 더 빨리 도달할수록 중독의 가능성도 커지는데, 담배 연기가 뇌의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는 데는 10초가 걸리지만 혀에 들어온 설탕은 0.6초면 충분하다. 이 속도의 마법이 가공식품을 코카인, 헤로인, 니코틴 이상으로 중독성 있게 만든다. ‘단짠’ 음식에 느낀 쾌감을 기억하는 우리 몸은 포만감이 들어도 계속 그 음식을 갈망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쾌락을 주는 것을 갈망하고, 거기서 쾌락을 느끼면 다시 갈망한다. 이 순환이 중독의 핵심이다” 고 요약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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