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탄도미사일,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등은 대량 살상과 기습공격이 가능한 비대칭전력(非對稱戰力)이다. 북한의 항공기, 탱크 등 재래식 전력이 아무리 형편없다고 해고, 이들 비대칭전력은 군사적 균형추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가공할 수단이다. 이런 흉기로 무장한 적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적 불행이요, 국민적 고통이다. 특히 북한 핵무기는, 미국의 강력한 핵 확장 억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에게 많은 불안과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black rock)은 지난 2월 공개한 <지정학적 위험(Geopolitical risk)> 보고서에서, 북한 위협을 세계 10대 위험으로 선정하면서 중간(Medium)’ 위험 등급으로 분류했다. 위험지수를 보면, 2월 위험 지수는 -0.48, 20222(-0.57)20212(-0.75) 보다 높아졌다. 북한은 작년 11월 화성-17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지난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신형 고체연료 ICBM을 비롯, 역대 최대규모인 총 16기가량의 ICBM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한국의 <아산연구소>는 북한이 2020년에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했고, 매년 12~18개를 생산할 수 있으며, 2027년에는 151~242개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20214월에 발표했다. 현재 대략 100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국방전략서(NDS)를 뒷받침하는 <2022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우방국과 협력국에 확신을 심어주고, 핵 확장 억제와 동맹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렇지만 미국 정치전문매체 <Politico>에 따르면 ICBM 한 기당 핵탄두 4발씩 탑재할 수 있다고 보면, 북한이 보유한 모든 ICBM에 핵탄두를 채워 미국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북한 ICBM을 방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에 대한 보복 핵 공격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당연하다. 특히 우리 국민이 미국의 확고한 핵확산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방관해왔다는 점과, 미국 국내정치 상황의 가변성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북한의 경제 사정과 주민들의 고통이 임계점에 다다를 경우 북한 정권이 자멸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우리에겐 고민이다.

더구나 북한의 자발적인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는 노력은 애초에 성공할 수 없었던 환상이었다. 북한은 20229월에 통과시킨 <핵무력정책법>에서 영토 완정(完征)’을 명시했는데, 이것은 그들의 핵무장 목표가 한반도 무력 통일, 즉 한반도 전역의 공산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미국의 핵 확장 억제에 대한 우리 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사실이다. 북핵 위협이 상존하는 현 상황에서 전시작전권 이양 관련 논의는 잠정 중단 또는 연기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핵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對美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정책추진에 자주성을 보장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비 태세를 강화하며, 구호나 당위성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비 태세를 강화할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면, 우리만 일방적으로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는 상황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따라서 북한의 핵 사용을 전제로 하는 한미 연합작전 계획을 조기에 완성하고, 한미 연합연습을 기획 및 시행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한미연합사 예하에 한미연합으로 구성된 별도 조직을 설치해 평시부터 북핵에 관한 논의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이고 각급 부대들도 북핵 위협 대응에 부합되도록 조직부터 개편하고, 업무의 우선순위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며, 간부들의 연구, 학습, 토의도 북핵에 집중되도록 유도해야 하고, 북핵에 관한 지식과 전문성을 가진 요원들을 발탁, 육성해야 한다는 국방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신속히 대책을 완비해 국민 불안을 다독일 책임이 대통령실을 포함한 정부와 우리 군에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