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 당대표론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 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비윤계에서는 당무개입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친윤계에서는 당정은 운명공동체이자 동지적 관계라고 맞서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당무개입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았던 논쟁 중 하나이기에 눈여겨볼 만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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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윤, “당정대 일치론” vs 비윤, “용산 출장소격돌
YS.DJ.대통령=총재 막강 권한....박 당정분리 역풍
’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를 해임했고, 국민의힘 안철수 당대표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아니다는 취지로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윤심은 사실상 김기현 후보에게 있다는 점을 표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당정 분리 위반이라는 비판이 커졌고, 대통령실은 “1호 당원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장제원, ‘노무현 전대통령 당정분리 발언소환

이에 친윤계는 당정일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당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계속 충돌했을 때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됐는지 우리 정당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당정 분리를 처음 도입한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는데, 이후 노 전 대통령도 이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전 대표가 주도하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세종시 행정수도 이슈를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충돌이 있었느냐당정이 하나가 되어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대통령이 특정 대표 후보를 지지하고, 프랑스는 대통령이 명예당수로 활동한다당정일체론을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민주당(문재인) 정부 때도 청와대와 당·정부 간 유기적 협력체계가 가동됐다이처럼 대통령을 탄생시킨 집권당과 대통령실은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어 국정 공동운명체로서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힘 당헌 8조에 규정된 우리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친윤계가 당정일체론을 띄운 이유는 과거 당정분리 시도 때의 역풍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차원으로 읽힌다.

실제 과거 3김 시대까지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겸임하기도 했다. 공천 등을 좌지우지했고, 행정부까지 장악했다. 그러나 행정부 소속 대통령이 정당의 당무까지 간섭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정 분리가 정치권에서 부상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대통령이 당을 장악해 의회를 지배하는 것은 유신 잔재라며 당정 분리를 선언했다. 집권당이 거수기 노릇을 했던 과거를 고려해 당정분리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당정갈등만 심각해지면서 집권 세력은 분열했다. 결국 2007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고, 노 전 대통령은 당정분리, 저도 받아들였고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재검토해봐야 한다며 후회하기도 했다. 그는 또 대통령 따로 당 따로 누가 책임지나. 책임 없는 정치가 돼 버렸다라고도 했다.

노무현.박근혜 당정분리역풍 막후정치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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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도 2006년 당권·대권 분리를 공식화했지만 출발부터 삐거덕거렸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새누리당도 당정분리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친이-친박으로 나뉜 당 구도 아래 대통령은 막후에서 공천과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결국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청원 전 의원을 지원해 논란이 됐고, 2016년 총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간의 공천파동을 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아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까지 겪어야만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 당정일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예 정치의 중심은 정당이다. 당정 분리라는 것도 재검토해야 한다··청 일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선진국의 경우도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일정 부분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각 정당의 상·하원 의후 후보 공천이 당원 등이 직접 뽑는 상향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편지를 써주는 등의 방식으로 공개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주도해 창당하고 측근들을 총선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 집권 여당을 창당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명예 당수란 직책을 갖고 있다. 당무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는 대통령이 되면 정치적 중립을 위해 무소속이 되도록 강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정일체론을 주장하며 명예 당 대표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친윤계 지원을 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는 “‘명예 당 대표라는 직책으로는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며 "당정은 운명공동체이자 동지적 관계라고 주장했고, 천하람 후보는 직책이 무슨 의미냐. 당정도 협력과 견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안철수 후보 측에서는 당헌상 대통령의 명예직 겸직은 가능하지만 전당대회에서는 당무 개입의 인상만 줄 뿐,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윤계에서는 당정일체론 추진 배경에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천하람 후보는 당정일체는 한 목소리로 가자는 의미라며 비주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얘기랑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은 국민의 목소리가 다양한 만큼 그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있어야 한다당정 일체가 되면 기본적으로 (당이) 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정관계는 협력과 견제가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오는 게 정상이라며 입법부의 기능이 행정부 감시와 견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전직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전직 대통령. 뉴시스

비윤, “당정일치? 대통령 공식 총선 공천개입

특히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게끔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기현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는 동시에 친윤계가 지원하는 김기현 후보가 혹시 노선을 변경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는 취지다.

나아가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관여하기 위해 당정일체론 등을 띄우는 것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 여권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사람들을 총선에 내보낼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당정일체를 외치는 분들의 속내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총선 공천 개입을 바라는 것 아닌가라며 권력에 아첨하고자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마저 팔아먹는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윤계 의원들이 당정일체론을 거론하는 것은 윤 대통령에게 총선 공천권을 확실히 넘겨주겠으니 잘 봐달라는 윤핵관들의 충성 맹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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