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우후죽순 특검 피력’, 與 ‘50억 클럽 침묵 일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아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논란이 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2022년 2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6년 차 일반 직장인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들의 '힘'을 빠지게 했다. 지난 8일 재판부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수령한 50억 원이 사회 통념상 과다하지만,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법부가 50억 원이란 상식 밖의 퇴직금을 아버지의 '힘'으로 인정하지 않자 정치권은 특검이란 칼을 빼 들었다. 작금의 여의도는 난립하는 특검 논의에 교통정리가 필요한 정도지만 단 한 곳, 국민의 '힘'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정치사에서 성공한 특검은 손에 꼽으며 흔히 특검이 밝혀낸 가장 큰 사실은 앙드레 김의 본명이 김봉남이란 것뿐이란 말이 격언처럼 전해진다. 그럼에도 현재의 특검 정국이 형성된 까닭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불신이 초래한 특검 논의는 정치권에서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의 '쌍 특검'을 추진 중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여사 개인계좌가 통정매매에 사용되고, 공소시효도 남았음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1심 판결문에서 확인됐다"라고 말하며 김 여사 특검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이어서 당 내부의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아예 2012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에 대한 특검 논의를 꺼낸 상황이다. 이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쌍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의당은 대장동 특검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김 여사 특검의 경우 아직 검찰의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대장동 사건의 경우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화천대유 50억클럽 특검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특별검사 추천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비교섭단체 3(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본소득당은 50억 클럽만 특검 하는 것은 협소한 논의라고 일축했으며 시대전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퇴해야만 대장동 특검 도장을 찍겠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사실 야 3(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만의 일방적인 논의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특검법의 소관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특검법의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법사위 내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특검법을 반대하고 있으므로 소관위 내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밟는 방안도 재적위원 5분의 3의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에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소추안 가결 때 보여준 179표의 화력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법사위 통과가 불가능한 이상 본회의 패스트트랙 추진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이를 위해서는 180석의 확보가 필요하다. 특검법이 범야권의 무력시위를 통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시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이때 법안은 본회의에서 재의결 표결을 거쳐야 하며 재적의원 수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므로 200석이 필요하다.

입장 표명 필요한 與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 중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그러므로 지난 20년간 특검은 추진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지언정 결론적으로는 여·야가 합의한 사항에 따라 특검이 출범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특검 정국은 범야권의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특검 논의에 대해서는 반박하면서도 곽 전 의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심 판결 이후 오늘 판결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직접 실행했다고 주장하는 이모 씨는 1단계 시세조종 때는 권오수 전 회장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 행위에 대해선 이후에 벌어진 다른 시세조종 행위와 포괄일죄로 볼 수 없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했다라며 "단순히 주식계좌를 일임했다는 이유만으로 김건희 여사를 주가조작 공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당의 망상과 억측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SNS를 통해 민주당은 4년째 계속 중인 영부인 스토킹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 지도부 차원에서 곽 전 의원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으며 양 대변인은 지난 9일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오늘 이 자리에서 브리핑하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다. 나중에 따로 말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3일 상무집행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은 왜 입을 닫았습니까.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를 입에 달며 온갖 비리척결에 목소리 높이던 국민의 힘이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역대급 퇴직금 무죄판결에 입을 꾹 닫았습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위원장님은 답해야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는 원외 인사인 홍준표 대구시장만이 연일 곽 전 의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SNS를 통해 "무슨 이유로 전직대법관, 전직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 박영수 특검 등이 연루 되었다는 소위 50억 클럽은 여태 수사 안 하고 방치 하고 있다가 어이없는 곽상도 전 의원 무죄사태를 초래했는가? 이러고도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가?"라며 질타했다. 심지어 50억 클럽 특검을 제안한 정의당을 예뻐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곽 전 의원의 재판은 이제 1심이 판결된 상황이므로 예단 할 수는 없으나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침묵을 지속할 경우 과거 민주당의 조국사태와 같은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평등한 기회와 공평한 과정 그리고 정의로운 결과를 핵심 가치로 삼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은 청년 세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의 모든 국정철학이 허위와 기만임을 남김없이 드러냈다"고 말하며 꼬집은 만큼 여당의 문제에 있어서도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사법부 역시도 2심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모습이 필요하다. 현재 곽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두고 법원의 판단과 함께 검찰의 역량 혹은 수사 의지에 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금 상식의 궤를 넘어서는 그런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검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혹은 무능하거나 하는 게 전제가 되어 있다고 저는 봐요"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그 정도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누가 그걸 동의하겠나. 저도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항소심에서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라고 천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