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결국 예견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그동안 가능성만 꾸준하게 거론되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현실화됐다. 검찰의 영장청구로 정국은 또 한번 출렁였다. 여당은 총공세를 퍼부었고, 민주당은 위기감으로 술렁였다.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맞물려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후폭풍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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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국회 체포동의안 절차 시작야당 초긴장
물밑 거론되던 포스트 이재명 체제준비 흐름 수면 위로 올라오나

검찰이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국은 블랙홀에 빠져든 모습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서 총선에 비상등이 켜진 국민의힘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자 이재명 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민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반면 검찰의 영장 청구를 맞닥뜨린 민주당은 여당의 공격에 맞서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향후 대응 방향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는 등 뒤숭숭하다.

체포동의안표결 앞두고 정국 블랙홀 속으로

검찰이 지난 16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병합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의 체포 동의 절차도 사실상 시작됐다.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이 있다. 헌법상 현직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 요구서를 받으면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 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한다. 체포동의안은 오는 24일 본회의 보고 후 27일 표결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표결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치열한 표계산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도 당 내부 균열로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도록 표 단속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 대표가 최근 비명계인 김종민·전해철·이원욱 의원 등과의 일대일 만남을 가진 것도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비한 표 단속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는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민주당이 169석을 가졌기 때문에 여유 있게 반대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탈표가 나올 경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예측도 있다. 찬성표가 점쳐지는 국민의힘(115)과 정의당(6), 시대전환(1)을 모두 합하면 122석이다.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28표만 나오게 되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법원 영장 심사 일정이 잡히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부결된다면 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부결될 경우에는 검찰은 불구속기소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이 대표 구속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민주당은 당대표 공석 사태를 맞게 되면서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또 부결이 돼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이뤄진다고 해도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사법 리스크에 허덕여야만 한다.

검찰이 백현동·정자동 호텔 의혹 수사까지 마무리한 후 한꺼번에 기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법 리스크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속앓이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 대표에 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당대회 개입 논란 등과 맞물려 40%대를 넘어서며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40%대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당은 야당의 최대 공격 포인트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왔다.

17일에도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총공세를 퍼부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다이번에 국민들은 이 대표가 자기 일에 관해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을 지킬지 파기할지 아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단일대오외치지만 분열 시계는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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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현실화되자 검찰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17일 국회에서 개최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는 현역 의원, 지역위원장, 핵심 당원 등 자체 추산 3천여 명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사 독재정권은 무도한 법치 파괴로 국민의 삶을 발목 잡고 외면하고 있다저들이 흉포한 탄압의 칼춤에 정신이 팔려있을지라도 저와 민주당은 굴하지 않을 것이다.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계는 단일대오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비명계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에 제출될) 체포동의안을 보고 (찬반) 입장을 정하겠다는 의원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면서 “(가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권성동 모델’, 즉 권성동 의원이 직접 (법원에) 나가서 영장심사를 받았던 사례를 따르라. 그게 깔끔하다고 주장했다.

비명계 사이에서는 이미 이 대표의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된 상황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이 대표가 거취를 결단하라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연말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그 원인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검찰이 아무런 증거도 들이대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그런 (사퇴) 요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문 진영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친문이 포스트 이재명 체제준비를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민주당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지난달 신년 인사회에서 교토삼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올해는 아무쪼록 우리도 영민한 토끼 닮아서 플랜2, 플랜3해서 대안 마련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진보진영 재야원로 중심 원탁회의다시 가동?

야권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권 위기 때마다 역할을 했던 재야 인사들로 구성된 원탁회의가 다시 구성돼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내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이 대표 공백 사태 시 원탁회의가 중심이 돼 비대위 구성 등 당 대응 방향에 대한 중지를 모아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야권 한 인사는 진보 진영 위기 때마다 진보 역량을 극대화시켰던 원탁회의가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탁회의에는 정세균 전 총리 등 야권 원로 정치인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가 정한 비례대표 사퇴시한이 내일로 다가온 서울 중구 정동 한 음식점에서 백낙청 교수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 범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원탁회의 간담회에 참석, 원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2.05.20 뉴시스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가 정한 비례대표 사퇴시한이 내일로 다가온 서울 중구 정동 한 음식점에서 백낙청 교수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 범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원탁회의 간담회에 참석, 원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2.05.20 뉴시스

함세웅 신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21명은 20117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를 구성한 바 있다. 원탁회의는 2012년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해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원탁회의 구성원이었던 진보진영 재야 원로들은 야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해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가깝게는 지난 202021대 총선을 앞두고 재야 원로들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 맞서는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을 위한 판을 깔아줬다.

원탁회의는 20123월 당시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를 만나 19대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 연대를 압박했다. 원탁회의는 2012년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지난 16YTN에서 이재명 대표 지위가 흔들린다고 해서 이낙연 전 대표한테 바로 길이 열리는 거냐. 그건 아닌 것 같다그거는 또 본인이 비전과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쨌든 일부에서는 그렇게 꿈틀대고 있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고 다들 생각이 복잡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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