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金 부동산 의혹' 제기...천하람 '安 당권입지 위축' 공세
김기현·안철수, 결선투표 등 의식해 후발주자 공세 대응 자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천하람, 안철수, 황교안 당 대표 후보. [뉴시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천하람, 안철수, 황교안 당 대표 후보.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시계가 빨라짐에 따라, 유력 당권주자들의 몸 조심과 후발주자들의 판 흔들기가 교차하며 경선 혼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심(黨心) 지지율 우위를 선점한 김기현·안철수 후보에 대한 황교안·천하람 후보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양강 후보는 후발주자들의 견제에 적극 대응하기보다 현 구도를 수성하며 상호 견제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황교안·천하람 후보는 개인 의혹 제기, 정체성 검증 등 강수를 꺼내들며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20일까지 공개된 복수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기현·안철수 후보는 30~40%대 지지율에서 선두 다툼이 치열하다. 황교안·천하람 후보의 경우 10%대 안팎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지만 각각 강성 보수층과 청년·중도층의 지지 훈풍에 힘 입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황 후보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적통'으로 지목된 김 후보를 집중 공략하며 정통 보수당원 표심을 흔드는 한편, 천 후보는 안 후보의 이념적 노선이 모호하다는 점을 파고들며 '비윤'(비윤석열) 표심 포섭에 나섰다.    

황교안·천하람, 金·安 때리며 몸집 불리기 시도

황 후보는 지난 15일 당 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김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이에 김 후보가 과거 울산시장 시절 민주당 시의회에서 특위 조사까지 벌였던 일이나 무혐의로 결론났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황 후보는 김 후보의 당권 하차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TV토론회에서 황 후보의 주목도가 가장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정 일체'를 강조한 황 후보가 이렇듯 윤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물밑 지지를 얻고 있는 김 후보를 저격한 것은 정통파 당심을 흡수하며 판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황교안 캠프는 20일 김 후보의 부동산 의혹 해명에 대해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라며 "울산 땅 현장에 가보면 김기현 후보(가 보유한) 땅 밑으로 터널이 지나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이 바로 터널 입구가 된다. 심지어 터널을 뚫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천 후보도 안 후보의 정치 색채가 모호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자신이 안 후보를 대신해 김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 후보는 이날(20일)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출연해 "굳이 안 후보를 뽑아야겠다는 당원이 있겠나. 안 후보는 우왕좌왕,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본인의 위치를 잃었다"라며 "이미 당원들의 구도는 천하람 대 김기현으로 굳어졌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개혁' 슬로건을 내건 자신이 김 후보와 대적할 당권주자임을 강조했다. 

현재 천 후보는 '반(反)윤핵관' 기치를 내건 만큼, 비윤 표심을 끌어안아야 본경선에서 포지션 상승을 노려볼 수 있는 입장이다. 이에 비윤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안 후보를 집중 저격하며 '비윤 대표성' 확보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현·안철수 '부자 몸조심' 속 상호 견제만

반면 김기현·안철수 후보는 후발주자 견제에 반응하기보다 당면한 경쟁자 때리기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표심 격차가 뚜렷한 3·4위 후보들과의 이전투구로 구태여 지지율 하락 빌미를 줄 이유가 없기 때문. 또 이들 후발주자들이 결선투표에서 잠정 '캐스팅 보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자극은 패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울산 부동산 의혹을 처음 제기한 황 후보는 제쳐둔 채 안 후보 견제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이날 안 후보가 입당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당내 사정에 밝지 않고, 선거 지휘관으론 역량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공세를 폈다. 특히 안 후보 측이 울산 부동산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만 날을 세웠다.  

반면 자신의 의혹을 다시 끄집어낸 황 후보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참패한 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을 이끄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정도에 그쳤다. 골수 지지층을 보유한 황 후보와 마찰을 빚을 경우 친윤 당권주자로서 정통성에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도 이날 자신에게 강도 높은 공세를 편 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김 후보 견제에만 치중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기현 후보 뒤에 서 있는 줄세우기 공천은 내년 총선 폭망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총선 폭망으로는 절대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후보의 '안철수 5전 5패' 발언에 대해선 "다급한 김기현 후보의 아무 말 잔치가 전대를 진흙탕을 넘어 허위탕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김기현 후보는 도대체 지금까지 울산 본인 선거 말고 어떤 선거를 지휘했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 측은 천 후보가 앞서 안 후보의 당권 입지가 불안하다고 비판한 데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결국 김 후보와 결선까지 간다고 봤을 때, 지금 구도에서 후발 경쟁자들과 반목할 이유가 없다"면서 안 후보의 전대 완주 여부에 대해선 "반드시 완주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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