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찬성, ‘청소년네트워크’ “학생 유괴하는 성파시즘”
폐지 반대, ‘전국학생협회’ “학생 인권 없애고 짓밟아”

서울시의회 앞 '학생인권조례 폐지' 집회 중인 '청소년네트워크'. [박정우 기자]
서울시의회 앞 '학생인권조례 폐지' 집회 중인 '청소년네트워크'.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학생의 ‘인권’ 증진을 위해 발의된 조례가 종교·젠더·동성애 등의 이슈로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서울시의회 앞 태평로에서는 ‘청소년네트워크’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전국학생협회’의 ‘학생인권조례 찬성’을 바탕으로 맞불 집회가 열렸다.

지난 14일 서울시의회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한 주민조례청구를 수리했다. 심사과정에서 시민들의 찬반논쟁과 대립이 계속될 예정이다. 논란의 쟁점은 조례 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로 종교, 젠더 논쟁에 이어 성별 정체성까지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해 8월 제출된 6만4347의 청구인 중 4만4856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했다. 시의회 조례상 주민조례청구 요건인 2만5000명을 넘겼기에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시의회는 청구를 수리한 14일부터 30일 이내 ‘서울 학생인권조례안 폐지안’을 발의하고 1년 안으로 심사해야 한다. 

2월20일부터 3월10일까지 열리는 제136회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폐지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제정돼 12년째 시행 중이다. 

그러나 교권 추락의 원흉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체벌 금지와 상·벌점이 유명무실해지면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통제수단이 사라졌다. 이에 교사들은 “교사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폐지론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잘못된 비판이 있다”며 “학생인권은 학생인권대로, 추락했다는 교권은 교권대로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촉구 중인 '청소년네트워크'. [박정우 기자]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촉구 중인 '청소년네트워크'. [박정우 기자]

청소년 단체 대립, “인권을 위해”, “인권은 뒤에”

이날 ‘청소년네트워크’는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단상에 선 이명준 전국학생수호연합 수석대변인은 “미투가 정의, 공부보다 고발, 교육보다 정치가 우선하는 교실이 바로 현 우리나라 학생사회의 실체다”라며 운을 띄웠다.

이 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는 성별 정체성을 담보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적소수자를 이르는 말) 젠더가 오히려 기존 성별을 차별하는 신분제를 형성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는 페미니즘을 따르는 ‘성파시즘’이며, 학생의 자유는 조례에 따르는 통제와 검열이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국학생협회' 안병석 수도권통합지부 부지부장의 1인 시위. [박정우 기자]
'전국학생협회' 안병석 수도권통합지부 부지부장의 1인 시위. [박정우 기자]

반대편에는 ‘전국학생협회’의 안병석 수도권통합지부 부지부장이 1인 시위를 진행 중이었다. 안병석 부지부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없애는 건 학생의 인권을 없애고 짓밟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체벌과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고, 소수자 학생을 내몰게 될 것”이라 평가했다.

이어 “종교에서 금기한다는 동성애와 성전환은 조례에서 보장하기 전에 ‘성적자기결정권’으로 보호받는 권리다”라며 “조례가 없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당연한 것이기에 폐지 근거를 뒷받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권’에서 시작해 종교·젠더·동성애 등 여러 논쟁이 팽팽한 가운데 앞으로의 조례 존폐를 두고 남녀노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 [박정우 기자]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 [박정우 기자]
서울시의회를 바라보는 '청소년네트워크'. [박정우 기자]
서울시의회를 바라보는 '청소년네트워크'.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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