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황태자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한 기대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야권에서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장뿐만 아니라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장에서도 한 장관은 야권의 흠집내기’, ‘말꼬리 잡기에 굴하지 않고 침착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키웠다. 청담동 대통령 술좌석 동참 의혹이나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 대통령 내외 관련 야권의 공세에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역공을 취하면서 주도권을 잡는 모습은 보수층을 열광케했다.

그동안 조국, 유시민 등 좌파출신 정치권 인사들의 달변에 눌려 답답해하던 우파 진영에서 유시민 같은 말 잘하고 똑부러진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물건너 간 얘기지만 한 장관관련 당대표 차출론부터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총사령관역에 젊은 총리론을 내세워 한덕수 총리 후임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 재집권을 위한 대선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향후 보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무성하다. 문제는 역대 대선을 보면 한 장관처럼 오랜 공직생활을 했고 정권차원에서 밀고 야권에서 공격해 일약 스타로 대망론을 꿈꿨다가 사라져간 관료.교수 출신 인사들이 부지기수라는 거다.

가장 최근에 예를 들면 황교안 전총리, 조국 전법무부장을 들 수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맡은 공직에서 탁월한 실력과 언변으로 오랜 생활 공직을 했지만 막상 대권 운동장에 들어서거나 들어서기전 본인들의 자살골이나 좌고우면하다 타이밍을 놓쳐 1회용 대권후보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임명직에서 잘 나갔다는 것은 거꾸로 주군이나 인사권자에 묻지마식 충성을 했다는 점이다. 관료.교수 출신들은 큰판이 벌어질 경우 나타나는 결정적인 위기요소인데 잘 다듬으면 강점이 되지만 간과하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한 장관 역시 검찰 재직 20년 동안 섬김으로 윗사람에게 잘 보일 수 있었겠지만 쓴소리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는 소식을 필자는 접하지 못했다. 국정감사장이나 대정부질문장에서 대통령 내외와 현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옹호나 대변은 잘하지만 실제로 본인이 나서 통큰 판단을 하거나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유형은 아니라는 게 한 장관을 둘러싼 평이다.

이런 점에서 교수건 관료건 잘 나가는 임명직 인사들이 대권 경쟁에 뛰어들면 오히려 기존의 점수를 다 까먹을 뿐만 아니라 망신창이가 돼 오히려 출마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다. 한 장관 역시 큰 꿈을 이루기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여권에서는 2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나설 한 장관의 체포사유에 대한 그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한 장관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보여줄 첫 번째 시험무대로 전 국민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에 맞서 정면 대결하는 정치인 한동훈을 선택할지, 아니면 주무부서 장관으로서 법조문에 의거한 장관 한동훈을 내세울지 그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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