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윤모 광주대 교수가 지난 17일 구속됐다. 이유가 뭘까? “윤 교수는 방통위 양모 국장과 차모 과장의 요구대로 TV조선의 최종평가 점수를 낮게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 그 당시로 돌아가보자.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편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 계속 존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려면 최소한의 공정성은 담보해야 하기에, 방통위는 심사위원단을 꾸려 방송사에 대한 평가를 맡긴다. 윤교수가 심사위원장이 된 시기는 채널ATV조선의 재승인 심사가 있던 20203, 당시 언론지형은 좌파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민노총에 장악된 공영방송이 전두환 시대를 연상케 하는 땡문방송을 했고, 민간 방송사들도 문 정권에 불리한 방송을 할 때마다 나타나는 대깨문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방송을 하기 힘들었다. 보수 쪽을 대변한 곳은 TV조선과 채널A뿐이었지만, 좌파들은 이 두 방송사마저 가만 놔두지 않았다. 검언유착 사건을 만들어 냄으로써 채널A조건부 재승인으로 만들더니, TV조선은 평가점수를 낮게 줌으로써 없애 버리려 한 것이다.

재승인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6개 항목의 평가점수가 1000점 만점에 650점을 넘어야 한다. TV조선은 653.39점으로 이 기준을 살짝 넘어섰다. 하지만 두 번째가 문제였다.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지역사회 문화적 필요성에서 210점의 50%105점을 넘어야 한다는 것. 이게 문제되는 이유는 공정성이란 게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어서다. 좌파라면 김어준이 나오는 TBS나 좌파 유튜브를 자처한 MBC가 매우 공정한 방송으로 여겨지겠지만, 보수인사에겐 그 방송사들이 편파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방통위는 이 애매한 항목을 중점평가항목으로 만든 뒤 원래 40%였던 과락 기준도 50%로 올려버렸다. 실제 TV조선 심사에서 보수 쪽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높게 주고, 좌파 쪽 위원들이 최하점을 준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점수가 과락 기준인 105점을 아슬아슬하게 넘기자 방통위는 당황했던 것 같다. ‘재승인 심사 점수조작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들은 심사위원장에게 연락해서 점수조작을 지시했고, 위원장인 윤 교수는 좌파 위원들에게 안 그래도 낮게 준 점수를 더 깎게 만든다.

그 결과 TV조선은 104.15점으로 기준에 못 미치게 됐는데, 후폭풍이 두려웠는지 방통위는 방송사를 없애는 대신 조건부 승인을 줌으로써 앞으로 내 말 잘 들어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한다. 이름과 달리 보수언론 탄압을 주 업무로 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TV조선을 없애지 않았냐며 방통위를 맹비난했고, TV조선 폐방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좌파 특유의 뒤끝을 보여줬다.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 것은 정권교체 뒤인 20226, 감사원에 의해서였다. 조작을 알아낸 그들은 사건을 검찰에 의뢰했고, 사건 당사자인 방통위 국장과 과장에 이어 심사위원장인 윤교수마저 구속되고 만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도 여전히 방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언련 출신 한상혁이 이 일에 관여됐는지 여부, 검찰이 열심히 수사 중이니 곧 결과가 나오리라 본다.

점수조작을 통해 방송사를 없애려는 시도는 민주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 그렇다면 좌우를 막론하고 이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회에서 한 다음 말은 황당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검찰의 칼끝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가리키는 곳으로만 향하고 있다...불편한 언론을 탄압하는 윤 대통령의 언론 장악 시도...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있었다는 억지 프레임으로 학자들의 양심까지 구속하려 한다면 어느 누가 앞으로 심사위원으로 나설 수 있겠느냐?”

이봐요, 고민정 씨, 상황 파악 안됩니까? 불편한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려는 시도를 한 게 바로 문재인 정권이고, 윤석열 정권은 지금 그 일을 바로잡고 있는 거라고요. 궤변으로 조작을 옹호하는 거 보니 뭐 찔리는 거라도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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