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경선에 오른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간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새로운 당 대표는 차기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전당대회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개입 논란이 일면서 여권 내에서는 차기 공천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역의원들로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윤심이 실린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나아가 대통령실 및 정부 주요 인사들 중에 자신과 경쟁해야 할 후보가 있는지, 없는지를 체크할 정도다. 전당대회 출마자들도 내년 공천과 관련, 윤심 및 대통령실 공천 개입 등 여부를 놓고 시각차가 뚜렷하다. 겉으로는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고 있으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윤심을 둘러싸고는 엇갈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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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22대 공천 방식 비교 분석해보니
- 윤심팔이 후보-당정청 출마자들까지...공천룰 목 멜수밖에 없다?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새 당대표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 임기 2년의 새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가진다. 당을 장악할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자신의 세력을 심을 수 있으면서 차기 대선 국면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례만 봐도 쉽게 증명된다. 200818대 총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이끌던 친이계로부터 이른바 친박 학살을 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1년 당의 위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에 올라 친이 학살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를 대거 공천 탈락시키며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현역 의원을 대폭 물갈이하는 방법으로 당을 장악했다. 그 결과 152석으로 국회 과반을 획득한 박 비대위원장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청와대까지 입성했다.

상향식 공천 주장 속 자객공천등 강조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지난 19대 총선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 중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내년 총선 공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통령실에서 전대 개입 논란까지 불사하면서 김기현 후보에게 윤심을 실어주기도 했다. 현역의원들로서도 자신만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김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본 경선에 오른 4명의 후보도 새 당대표는 내년 총선의 공천권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다만 대통령실 공천 개입에 대해서는 후보들의 생각이 다르다.

우선 4명의 후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는 민생 공천을 내세우고 있다. 당선 가능성과 실력 있는 사람을 공천하고,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역량을 보인 인사에게 가점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는 책임당원 선거인단이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고, 책임당원 배심원단이 현역 의원의 공천 신청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적극 비호하는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자객 공천을 통해 당의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천 후보는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며 의원 중간 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역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지역구 유권자와 당원들이 매년 평가해 하위 20%를 퇴출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황 후보는 당원 중심의 이기는 공천을 강조하며 당이 어려울 때 헌신한 분을 공천에서 더 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상향식 공천에 대해선 꼭 필요한 인재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향식인) 전략 공천도 필요하다대신 논란이 없도록 공정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대화나누는 김기현 안철수 후보. 뉴시스
대화나누는 김기현 안철수 후보. 뉴시스

대통령 공천 개입 놓곤 후보들간 입장 엇갈려

이처럼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어도 모두가 '상향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에선 후보들 간의 괴리가 상당하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의견을 차기 당 대표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지 혹은 소신에 따라 자기 색채를 드러낼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실제 안 후보와 천 후보는 대통령실의 부적절한 공천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에서 공천에 대한 요청이 있어도 자신이 구상한 '시스템 공천' 내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어떤 사람이 출마하고 싶어 하면 시스템 안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당 대표도 권한을 내려놨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격 있는 사람도 있다. 장관을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은 구태여 부탁할 필요가 있느냐자기 실력대로 될 텐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공천 명단을 준다면 그것은 대부분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보통 지역에선 당선이 안 되기 때문에 서울 강남이나 영남 지역을 노리면서 공천 파동이 일어난다그것을 보고 실망한 수도권에서 전멸한다. 그것이 수도권 121석 중 17석밖에 못 얻은 이유라고 했다.

특히 안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례를 거론하며 헌법 7조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이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공천 개입을 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를 내렸었다고 강조했다.

천 후보는 낙하산 공천은 안된다는 입장과 함께 대통령 공천 불개입을 당헌에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천 후보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공정한 룰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는 도와드리고 싶다면서도 그 이상의 요구가 온다면 분명하게 거절할 것이다.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기를 생각이다. 대통령께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셨지 않나. 그렇다면 낙하산 공천은 결코 안 되는 것이다. 전 사람에 충성하지 않아도 능력만 있으면 당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함께 국회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 충분히 있으리라 본다. 대통령실 참모 중에서도 출마를 희망하는 분들 계시리라 본다면서도 명확한 기준 설정해드렸다. 늦어도 총선 6개월 전까지는 나와서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경쟁 한번 펼쳐보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대통령 의견을 무시하고 공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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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후보는 대통령실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무에 협조하는 것이다. 대통령 의견도 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대통령 의견을 무시하고 공천을 진행할 것이냐면서 당에 여러 원로들도 계시고 당내 지도급 있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 그런 분들 의견을 다 들어야 한다. 혼자서 독방에 앉아서 밀실 공천 하라는 것이냐.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의견도 듣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내 구성원 의견을 다 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황 후보 역시 대통령실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국정 운영을 하다 보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그런 분들을 추천한다면 논의를 거쳐 가급적이면 그렇게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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