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 쇼’에 한국을 비롯한 서방 전문가들이 농락당해 우려된다. 김은 작년 11월18일 미사일 발사과정을 참관키 위해 10세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이어 김은 12월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창건 75주년 야간 열병식에도 김주애를 바로 옆 자리에 두고 함께 참관했다. 김은 다섯 차례나 인민군 관련행사에 김주애를 대동했다. 김의 아내 리설주는 김주애의 뒤에서 따랐고 김주애는 김정은의 뺨을 어루만지는 등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면모도 보였다. 

그러자 한국을 비롯한 서방 전문가들은 다투어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았다. “4대 세습 김주애 우상화 작업 돌입” “핵무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쇼” “김정은의 배짱·담력 빼닮아 후계자로 결정” “백두 혈통이라 해도 북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오기는 불가” “동생 김여정을 후계 구도에서 배제했다는 신호” 등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진짜 저의는 다른 데 있다. 네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김주애의 등장은 4대 세습과 무관하다. 아무리 김주애가 아비의 담력과 배짱을 닮았다 해도 10세 김주애는 후계자로서 너무 어리고 김정은도 후계자를 공개하기엔 너무 젊다. 만약 김정은이 어린 딸을 후계자로 결정했다면 공개석상으로 내돌리지 않고 비밀리에 후계 수업에 들어갔으리라 본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과 할아버지 김일성도 후계자를 육성하기 시작한 건 그들의 나이 50대 후반을 넘겨서였고 오랫동안 비밀로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겨우 39세 밖에 안 된다. 벌써부터 후계자로 열 살짜리 딸을 띄우기엔 너무 이르다. 특히 김주애가 후계자로 떠오르게 되면, 김정은 권력이 김주애의 친모 리설주와 딸 주변측근들에게 분산되지 않을 수 없다. 집권한 지 10여 년 밖에 안돼 권력기반이 아직 확고치 않은 김정은으로선 스스로 자기 권력을 약화시키는 악수라는 데서 아직 후계자 운운은 성급하다.

  둘째, 김정은이 어린 김주애를 산업 경제 현장이 아니고 인민군 관련행사에만 대동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느 독재자와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외부에 적을 만든다. 핵*미사일을 개발하며 자신이 외부 적을 막아주는 수호자로 띄운다. 김은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가 자기를 두려워한다며 자신의 국제적 위상이 높은 걸로 북한에 왜곡 선전, 지도자로서의 위엄을 높인다. 그래서 김은 앞으로도 핵*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도록 묶여 있다. 여기에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은 김의 계속된 핵*미사일 개발로 경제적 궁핍과 핵전쟁 위협만 증대시킨다는 두려움과 불만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은 저 같은 주민들의 불만과 두려움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사일 열병식에 순박한 딸의 손을 잡고 등장. 마치 동화 속의 평온한 나라처럼 꾸미고자 연출한 것이다.
    
  셋째, 김정은은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며 수만은 북한 요인들을 공개 처형하는 등 잔혹한 독재자로 공포의 대상이다. 김은 독재자 공포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김주애가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도록 연출해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버지 상을 꾸며내려 했다.

  넷째, 김정은이 동생 김여정을 열병식에서 뒷줄 구석으로 밀어 넣고 김주애를 정중앙에 앉힌 것은 김여정 대신 김주애를 후계로 삼은 것이란 해석도 옳지 않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정중앙에 내세운 건 김주애를 통한 ‘부녀 쇼’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배열에 불과했다. 김의 아내 리설주가 김주애 뒤에서 따른 것도 똑같은 맥락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김주애 대동을 “김주애 우상화 작업 돌입” 등 헛 집는다. 핵과 미사일을 양손에 움켜 쥔 독재자의 이미지 조작 쇼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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