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법무부 "신속히 송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스티븐 리 전 론스타 코리아 지사장이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미국 당국의 긴밀한 공조결과 미국 현지시각으로 3월 2일 그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2006년 8월 미국 측에 스티븐 리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다. 스티븐 리의 체포로 지난해 새 지휘부를 구성한 '론스타 먹튀'사건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재주목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스트븐 리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사들인 뒤 되팔아 큰 차익만 챙기고 국내에서 철수한 이른바 '론스타 먹튀'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한국 정책 당국자·금융권 인사들과 어울리며 계약 내용을 긴밀히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와 국회에서 고발이 이어지며 2006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 씨는 2005년 9월 이미 미국으로 도피한 뒤였다. 이에 검찰은 2006년 이 씨를 기소 중지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이 씨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수익률 조작으로 업무상 배임·조세 포탈·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관련 절차 진행은 장기화되고 말았다. 2010년 대법원은 이씨에게 소득세 78억 원을 한국 국세청에 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스티븐 리는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지만 현지 재판부 판단으로 석방됐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절차는 지난해 법무부 새 지휘부가 들어서고 론스타 사건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론스타 사건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고, 올해 2월 법무부 차관이 일본에서 개최된 아·태 지역 형사사법포럼 참석을 계기로 미국 법무부 고위급 대표단과 양자회의를 개최해 "스티븐 리 범죄인인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한 데 이어, 실무진이 미국에 스티븐 리의 최신 소재지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공조해 미국에서 검거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미국 측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인도 재판을 진행하여 스티븐 리를 신속하게 송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은 국회에서 '론스타 ISDS 판정문 분석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보고대회에 참석한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론스타 판정문이 나온 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게 감춰져 있고 판정문의 1440개 부분이 검은색으로 지워져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중 1300여개는 '주어'인데, 통째로 지운 부분도 있다"며 "누가 잘못한 것인지를 모르게 한 것이다"라고 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론스타 ISDS판정문 분석 대국민 보고대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론스타 ISDS판정문 분석 대국민 보고대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송 변호사는 "결국 국민이 돈을 내야 하는 것인데, 왜 돈을 내야 하는지가 판정문에 들어있다.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 판정문에 특정인이 명시된 것은 전혀 다르다"며 "(이는) 지난 20년 동안의 (정부 실책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지운 것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판정문이 나왔을 때 한 장관이 '95.4% 승소'로 얘기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언론에서 우리가 대단한 승소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하지만 실상은 승소가 아니라 잘 봐줘야 반쪽짜리 (승소)"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2012년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모두 4조7000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법무부는 론스타 판정문을 영문본 그대로 공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 론스타 사건 재조명 되나

지식백과 나무위키에 따르면 론스타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7년 외환위기 때 부실화된 외환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해외 자본을 유치했다. 출자자는 독일 코메르츠방크. 코메르츠방크는 "정상화를 우리가 모두 책임질 수는 없으니 정부도 증자에 참여하라"고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이 줄줄이 부실화되면서 외환은행은 다시 휘청이게 된다. 추가 증자에 부담을 느낀 코메르츠방크와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한다. 우선 국내의 다른 시중은행들에게 인수를 타진했지만 모두들 손사래를 쳤다. 

그러던 중 2003년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서게 된다.

당시 은행법은 해외의 은행 또는 국내 금융기관과 합작한 투자자 즉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예외는 BIS 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경우. 산업자본인 론스타로서는 예외규정의 적용을 받아야만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2003년 7월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2003년 말 BIS 비율을 6.16%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금감원에 보냈고, 금감원은 2003년 9월 26일 이에 근거해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을 승인해 준다. 하지만, 금감원은 론스타가 인수할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해줬음이 밝혀졌다.

2003년 10월, 론스타는 1조 3834억원을 지급하고 외환은행 지분 51%를 취득한다. 신주 1조원 상당을 인수하고, 코메르츠방크와 정부(수출입은행)의 지분을 3000억여 원에 매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신주 가격은 4000원, 구주 매입 가격은 5400원으로 외환은행의 2003년 평균 주가가 3000원 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3%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론스타의 인수 석 달 만인 2004년 2월 외환은행 주가가 급등하면서 론스타가 1조원의 평가익을 얻게 되자, 헐값 매각 논란이 일어난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 등은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조작해 론스타를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해 2006년 6월, 외환은행이 인수자격 없는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2006년 11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구속된다. 검찰은 12월 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강원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을 기소한다.

그러나 2008년 11월 24일, 1심 법원은 이강원, 변양호의 배임 혐의에 대헤 무죄를 선고한다. 이 판결은 2심, 3심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외환은행이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시절 대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인상한 것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간 2013년3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수사관들이 압수품들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외환은행이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시절 대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인상한 것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간 2013년3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수사관들이 압수품들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론스타는 2006년 1월부터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한다. 2006년 3월 KB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5월 6조원 이상 규모로 본계약이 체결됐으나, 11월 24일 론스타는 계약을 파기한다. 계약에는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불법사실이 없어야 매각대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론스타 측은 검찰수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을 파기하고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이미 외환은행의 매각으로 4조원의 차익을 남겼으나,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매각이 지연되고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되어 손실을 입었다면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를 통해 대한민국에 5조 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한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걸 수 있는 것은 다 걸 수밖에 없는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다만 국제 중재에선 국가의 정책적 고려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투자자의 자산 가치 감소가 투자협정을 위반하는지만을 보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약간 불리한 편이다. 패소할 경우 46억 7000만 달러(5조 1000억 원)을 물어주게 된다. 론스타의 제소는 첫번째 대 한국 ISDS이기도 하다.

2015년, 론스타와 당국이 론스타의 하나은행 인수 자격문제에 대해 소송에서 다루지 않기로 합의했다. 2020년 6월 4일,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와 타협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론스타 측에서 1조 1700억원의 합의안을 제시하였음이 밝혀졌다.

2022년 6월 29일 (ISDS)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절차종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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