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과 배척, 이간질이 횡행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결국 윤심에 얻은 김기현 의원이 신임당대표직에 올랐다. 축제의 장이 돼야할 전당대회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윤핵관의 눈에 가기같은 이준석 대표를 강제로 몰아내면서 시작됐다. 국민을 뺀 당원 100% 당대표 선출 룰을 변경시키면서 김빠진 전당대회를 예고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심과 당심에서 1위를 한 유승민.나경원 두 인사가 불출마하면서 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잠시나마 안철수 의원이 양강을 형성했지만 친윤과 비윤을 오락가락하면서 점수를 까먹었다. ‘다크호스로 등장한 천하람 변호사는 3위를 해 선전했다는 평이지만 이 과정에서 윤핵관과 각을 세운 것은 그의 정치미래에 양날의 검이 될 듯하다. 무엇보다 체면을 구긴 것은 유승민-이준석 반윤 인사들로 지원한 후보들 전부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김기현 신임당대표는 당 화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뿐이다.

본인의 능력으로 당 대표직에 올랐다면 울림이 있겠지만 순전히 윤심에 기대 당 대표직에 오른 이상 당직인선과 내년 공천권에서 본인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시피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대를 통해 반윤내지 비윤으로 분류된 인사들만 대여섯명이 넘는다. 유승민.이준석과 천하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반윤이라면 안철수.나경원은 비윤으로 낙인찍혔다.

비윤계들의 내년 총선에서 공천배제될 공산이 높지만 해석은 제각각인 듯하다. 유승민-이준석-천하람 3인은 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인지도를 활용해 무소속이라도 출마를 불사할 모습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천하람 변호사는 국민의힘 당명보다는 무소속이 더 나을지 모른다. 안철수-나경원-황교안 비윤계 인사들은 설마 나를...”이라는 사고를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나름대로 대선공신이자 수도권 승리를 견인할 수 있 자신들을 버릴 수 없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어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보면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탈당을 하지 않고 버틴다면 공천과정에서 배제하기위해 갖은 수를 다 벌일 공산이 높다. 용산에서는 이미 대통령실, 장차관, 공공기업수장에 검찰출신 출마자들까지 3~40명이 넘는 총선 출마 예비군을 갖고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이들이 정치권에 들어갈려면 영남권과 수도권에서 대거 공천을 받아야 하는 만큼 반윤비윤계 인사들을 챙길만한 여력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당..대 일체론을 내세운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직에 오른 이상 살생부는 현실이 될 공산이 높다. 김 당대표가 말을 듣지 않으면 친윤성향의 최고위원들이 줄사퇴를 통해 총선전 비대위를 꾸려 입맛에 맛는 인사를 영입할 수 있다.

결국 반윤비윤계는 총선전까지 윤정부와 김 대표를 최대한 흔들어 탈당명분을 쌓고 그런 연후에 신당창당 수순을 밟을 것이란 말이 나돈다.

관건은 누구와 손을 잡느냐이다. 이미 내년총선에서 4당 체제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이다. 민주당 친명당 1, 비명당 2, 국힘 친윤당 1, 비윤당2로 나뉘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군소정당이 3당이 되기위해 중도통합신당으로 뭉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주류는 어떤 선택을 해도 패할지언정 망하지는 않는다. 반면 비주류의 잘못된 선택은 곧 패가망신이다. 과연 여야 비주류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편집국장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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