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는 문재인 좌파 정권 5년 동안 파탄지경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당시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고, 박정희 정부가 체결한 한일협정의 일부 조항까지 파기하여 신뢰를 잃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의 신냉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국제정세는 내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한·미·일 연대 강화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 

역사왜곡, 독도분쟁, 그리고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승적 화해 노력과 목전에 닥친 경제안보 현안에 대한 발전적 협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죽창가’를 앞세워 친일 및 토착왜구 논쟁에서 재미를 본 바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큰 패착이었다. 한일 간 북핵공조를 복원해야 하고, 한일 양국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밝은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은 국내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박정희 대통령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한 심정으로 제삼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배상해법을 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낸 윤 대통령의 결단에 화답해야 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상의 공동 선언이 나오길 기대한다. 

편협한 반일 이데올로기와 좌파 민족주의에 기댄 ‘친일 타령’은 자기 비하와 피해자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한류, 대중문화, 문학사뿐만 아니라, 1인당 구매력지수, 반도체, 가전, IT, 행정 정보화에서 일본을 앞섰다. 

이제는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와 같은 ‘어두운 역사’만 볼 것이 아니라, 가야나 백제 시대에 우리 선진문화를 일본에 전수한 ‘밝은 역사’를 상고(詳考)하여 21세기에 우리가 일본을 이끄는 문화의 ‘역전 현상’을 재현할 필요가 있다. 

왕인(王仁, ?~?)은 전남 영암 출신으로 유학자이자 서예가이다. 백제 근초고왕과 아신왕 시대에 활동하였다. 아직기(阿直岐)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응신천황의 태자인 토도치 낭자(兎道稚郞子)의 스승이 되었을 때, 왜왕이 아직기에게 “백제에 그대보다 나은 박사가 있는가.”하고 묻자 “왕인이라는 사람이 가장 우수하다.”고 답하였다. 

왕인은 왜왕의 요청에 응하여 <논어> 10권, <종요 천자문> 1권을 가지고 4세기 후반에 일본에 건너가 일본 태자와 신하들에게 경사(經史·경서와 사기)를 가르쳐 유풍(儒風)을 세우게 되었다.

왕인은 학문 외에도 기술 공예를 전수하고, 일본 가요의 창시 등에 공헌하였으며, 일본 황실의 스승으로 백제문화 전수를 통하여 일본인을 계몽하고 아스카(飛鳥)문화를 발달시켰다. 

오사카(大阪)부에 속한 히라카타(枚方)시에 왕인의 무덤이 전하고, 오사카·큐슈지역에 왕인을 기리는 신사(神社)가 세워져 있다. 왕인의 후손들은 가와치(河內) 지방에 살면서 일본 고대문화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741년 3월, 쇼무(聖武) 천황은 교기(行基·왕인의 후손) 대사를 만나 전무후무한 거대 불사(佛事)를 맡겼는데, 나라(奈良)에 있는 일본 불교의 자존심인 도다이지(東大寺)의 대불(大佛)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왕인 박사는 일본에 우리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왕인이 실천한 한일 간의 우호선린을 본받을 필요가 있으며, 그 맥을 이어갈 새로운 현자(賢者)의 출현을 기대한다. 아스카문화의 원조이자 ‘학문의 신’으로 칭송되고 있는 왕인 박사를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斯文靑氈一家成(사문청전일가성) 유교문화의 풍습과 경전에 일가를 이루었고

立志道東東海橫(입지도동동해횡) 도를 동쪽으로 전하는 뜻을 세우고 동해를 건넜네

暑往新邦思變化(서왕신방사변화) 더위가 가자 새 나라(일본)에 변화를 생각했고 

寒來故國戀常情(한래고국연상정) 추위가 오니 고국을 그리워하는 게 인지상정이네

講千至德培英才(강천지덕배영재) 지극한 덕으로 수천 명에 강의하여 영재를 키웠고

讀百精誠導衆萌(독백정성도중맹) 책 백 편을 읽는 정성으로 모든 백성을 가르쳤네

飛鳥繁榮稱鼻祖(비조번영칭비조) 아스카문화를 번영시켜 비조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扶桑萬世學神評(부상만세학신평) 일본에서 만세토록 ‘학문의 신’으로 평가받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