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그 야말로 사면초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생명 최대 위기다. 국회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거세진 역풍은 여의도 정치권 전체를 휘감았다. 특히 민주당 내부는 치열한 내전으로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이 비명계 숙청과 처단을 외치면서 파열음이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의 극단 선택이이라는 비극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를 향한 직접적인 책임론마저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 반발은 물론 국민의힘은 연일 고강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면돌파도 쉽지 않고, 후퇴는 더더욱 어려운 진퇴양난이다. 대표직 자진사퇴부터 정계은퇴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대표를 향한 퇴진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크고작은 리스크 탓에 이 대표는 사실상 식물대표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이 대표는 불투명한 내년 총선 전망 탓에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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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포동의안 후폭풍에 측근 극단선택에 사면초가
비명계, “대표직 내려놔야책임론 부각에 갈등 심화
- 퇴진론 공개 언급에 거취 시험대 오른 이재명 첩첩산중

돌이켜보면 이재명 대표는 대선패배 이후 모든 스텝이 꼬였다. 자숙을 선택하기보다는 조기등판에 나선 게 시행착오의 첫출발이었다. 대선 이후 민주당 일각에서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202422대 총선 직전 정계복귀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정중동의 시간보다는 지방선거 공천 주도 및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이어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출마까지, 지나친 조바심이 역설적으로 이 대표의 정치적 환경을 최악으로 내몰았다. 게다가 대장동 비리 의혹을 비롯한 각종 사법리스크 탓에 정치적 운신의 폭은 최근 더욱 좁아졌다. 검찰독재 정권이라는 규탄에도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정상회담에 반발, ‘친일 굴욕외교공세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 중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동네북이재명, 비명계 책임론 국힘 정계은퇴 압박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의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 사실상 동네북이 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공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말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사태 이후 리더십의 진공상태가 한달 가량 이어지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대표를 향한 무수한 잔펀치들이 쏟아지면서 KO 직전의 상황이다.

특히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모씨의 극단 선택이라는 비극적 사건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 대표 주변 인물의 비극적 사망은 전씨가 5번째다. 그동안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변호사비 대납의혹을 최초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의혹의 핵심인물인 배모씨의 40대 지인이 극단 선택으로 숨졌다.

분노한 이 대표는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를 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 반발했지만 오히려 역풍만 거세다. 친명계는 이 대표의 주변인사들의 연이은 극단선택에 검찰의 과도한 수사 때문이라고 비판했지만 비명계는 공공연히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노선을 숨기지 않고 있는 비주류 김해영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 당 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이 다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 역시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퇴진론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대표직 사퇴에서 더 나아가 정계은퇴까지 촉구했다. 김기현 대표는 부하의 잘못에 대하여도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이 장수의 기본자세라며 이재명 대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와 조폭의 그림자는 마치 영화 '아수라'처럼 등골이 오싹하고 섬뜩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시키는 첫걸음은 이 대표의 사퇴와 정계 은퇴라고 지적했다.

여권 유력 인사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요즘 검찰이 그렇게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강압수사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미스테리한 자살 사건만 늘어간다. 이 악령의 드라마는 도대체 누가 쓰고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계속 검찰 탓만 하지 않느냐.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나 분노가 든다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야 한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정치를 그만두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반격 나선 이재명, 개딸다독 굴욕외교 프레임 공세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 본회의 상정한 날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 본회의 상정한 날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진퇴양난에 처한 이 대표는 위기돌파를 위한 강온 양면책을 구사했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을 다독여서 당의 화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비명계 의원 달래기에도 적극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이라는 단일대오를 강조해 총선승리의 희망을 제시한다는 각오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정상회담을 맹비난하면서 국면전환에도 애를 쏟고 있다.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수박비판 행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이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이지만 속은 국민의힘이라거나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표현으로 주로 비명계 정치인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은어다. 팬덤정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에도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비명계 의원의 실명과 지역구를 명시한 수박리스트와 차기총선 낙선 명단을 SNS로 공유하면서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현 전 공동 비대위원장과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제명 요청까지 터져나왔다. 또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 확산 중인 수박 7포스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는 물론 강병원·이원욱·윤영찬·김종민·이상민 등 비명계 의원 등 7명의 얼굴까지 포함됐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강성 지지층의 체포동의안 부결사태 반란표 색출 시도에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것은 상대 진영이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자제를 당부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 대표는 결국 지난 14일 당원들과의 소통행사을 열고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자제와 단합을 호소했다. 이는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이후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비난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내부의 작은 차이로 균열이 생겨 떨어져 나가면 당의 손실이라면서 우리 안의 동지에 대한 증오심을 최소화하고, 그 총구를 밖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당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포스터를 제작한 것과 관련, “민주당의 중심이자 주축인 분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다독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총구를 외부로도 돌리고 있다. 사법리스크 악화와 민주당 내분 심화에 따른 수세국 면 탈출을 위해 반일감정을 매개로 역공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소폭 하락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33주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33%로 조사됐다. 부정평가 이유는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외교가 각각 15%였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과 관련, “윤석열 정권이 결국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강제징용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없인 일본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외교참사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일정상회담 다음날인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죄나 반성은 전무했다. 일본에 조공을 바치고 화해를 간청하는 항복식 같은 참담한 모습이라며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 ‘구상권 청구가 없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피해자를 제물 삼아 대한민국을 일본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망국적 야합에 결연히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당내 파열음 격화이재명 결단할 수밖에 없을 것

민주당 당사. 뉴시스
민주당 당사. 뉴시스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 대표의 반격이 무위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면서 사실상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친명계는 이재명 사퇴론을 일축하면서 검찰을 비판하지만 비명계는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거취를 압박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체제로는 내년 22대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공감대의 산물이다. 만일 총선 전망 악화에 일부 친명계 의원마저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린다면 거취 논란은 사실상 초읽기에 접어드는 셈이다.

조응천 의원은 당 일각의 질서있는 퇴진론과 관련해 민주당 상황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빗대며 연말이라고 하는 건 너무 멀다고 꼬집었다. 또 개딸 팬덤정치 폐해와 관련, “자제요청으로는 어림도 없다. 결별 선언까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년 총선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퇴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여론과 관련, “이 대표를 지키자는 의견과 이 대표로는 선거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늦여름, 초가을 정도 되면 총선을 몇 달 앞으로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당도 총선 전략을 무엇으로 짜야 할 것인지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 미묘한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는 분출하는 퇴진론에 결연한 심정을 밝혔다. 지난 16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당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내 정치도 끝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은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의 후폭풍 이후 친명계와 비명계를 포함한 당 소속 의원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총선 결과에 본인의 정치생명을 연동시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명계와의 휴전을 위한 당직개편을 통해 내홍수습과 위기탈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진다. 다만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 해소를 위한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고민과 선택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의 거취 문제는 내년 4월 민주당의 22대 총선 성적표와 직결된 문제라면서 총선 전망이 희망적이라면 이재명 퇴진론이 잦아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사법리스크 고조에 따라 당 지지율이 박스권의 정체상태에 갇힐 경우 이 대표 역시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재명 대표로서는 정면돌파가 힘들다면 한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민주당 내부의 파워게임은 물론 내년 총선의 전반적인 구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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