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확대 효과" vs "재벌대기업 특혜"...실효과는

[제공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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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해 말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온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극적 합의를 이루었다. 이달 중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 세금 부담이 2조5000억 원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대기업 특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과 일부 경제단체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정부 원안대로 대기업 15% 세액공제...반도체기업 세금 2.5조 덜 낸다
- 시민단체 "효과는 의문, 혜택은 재벌에게, 반도체 특혜법 철회해야"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의 국회 입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혜택을 8%에서 15%로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날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비공개회의를 연 뒤 "정부가 지난 1월 국회에 제출했던 조특법 개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16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와 22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합의 처리하고 3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중견기업 8%→15% ▲중소기업 16%→25%로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한시적으로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 초과분을 10% 추가 공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2009~2021년 외부감사 대상 법인 3만2507곳(금융업 제외)을 대상으로 회귀분석한 결과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이 1%포인트 오를 때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시설 투자 비중은 0.168%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세 부담이 경감돼 산업 생태계 전반에 투자 낙수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공제율이 1%포인트 오를 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X세미콘, 서울반도체 등 국내 10대 반도체 기업 법인세 부담은 36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제율이 8%에서 15%로 뛰면 반도체 기업 세 부담 경감 효과는 2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K-칩스법'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특혜법?

이에 대해 기재위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를 핑계로 하는 ‘묻지 마 재벌 감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25%까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번 세액공제 확대가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나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봤다. 장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년 삼성전자는 3조2000억원, SK하이닉스는 8000억원을 감면받게 된다"며 "이는 삼성과 SK하이닉스 특혜법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의 투자확대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장 의원은 "삼성과 하이닉스는 이미 129조, 7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현금을 더 쥐게 해준다고 해서 투자를 늘리게 될 것인지 의문"이라며 "1등 기업에 지원을 몰아주는 정책의 혜택은 이재용 일가, 대주주,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산업이고, 핵심 안보 자산이므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제대로 잘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찬성하지만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방안이 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잘 지원하는 방안인가 하는 점에서 비판을 하려고 한다"며 "현재 논의되는 특정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조원의 세금 지원 방안이 반도체 산업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방안이 될 수 없음. 세수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잘못된 방안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의 효과에 의문이며 최소한 신규 공장 설립에 세액 공제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세액 공제가 아니라 ▲RE100가 가능한 재생에너지 수급 계획 및 RE100 산업단지 조성 ▲기술탈취를 방지할 수 있는 징벌배상과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국내 소재 공장으로부터 부품 소재에 대한 2차 공급원 의무화 ▲한미동맹으로서 반도체 공급망의 한국 입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 좌초 위기에서 여야 합의...과연 누굴 위한 법일까 

한편 K칩스법은 여야 대립 속에 자최될 뻔 했다. 지난해 9월 기재부가  대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에 투자할 경우 세액 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을 담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격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추가 공제율 확대 요구가 있었지만 기재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기재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에 추가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적하자 결국 기재부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율을 8%에서 15%로, 중소기업 공제율을 16%에서 25%로 올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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