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법ㆍ윤리경영은 허울 뿐" 경영권 승계 과정 수사 촉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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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이하 한국타이어)이 내외부 악재에 허우적 되고 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3년 3개월 만에 다시 구속되면서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전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공장운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너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 결국 또 구속, 횡령ㆍ배임ㆍ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 3년만에 또 구속된 회장님…법원, 증거인멸 우려 


조현범 회장이 지난 9일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벌 총수로는 첫 구속 사례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영장전담 부장판사 윤재남)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전날 오후 3시부터 9시간 넘게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의 수사는 공정위로 고발로 시작됐다. 공정위는 한국타이어가 계열사로부터 타이어 몰드(타이어 패턴·디자인 등을 제조하는 틀)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로 한국타이어 법인을 고발함과 동시에 과징금 80억3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 회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1월에도 납품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재판을 거쳐 2020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니까 3년 4개월 만에 또 구속된 것이다.

총수의 부재로 한국타이어는 전기차용타이어 등 글로벌 신사업 확장과 투자 결정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향후 조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회장직 유지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게다가 2020년 경영권과 관련해 '형제의 난'을 겪었던만큼 이번에도 분쟁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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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현범 회장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지분을 합쳐 42.9%다. 나머지 3형제의 지분 합계인 30.97%보다 많다. 그러나 만약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하게 된다면 계속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 노조와의 갈등도 부담...윤리경영 흠집 

노조와의 갈등도 조 회장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는 성명서에서 "한국타이어의 준법ㆍ윤리경영은 허울 뿐이었다"며 "총수일가의 범법행위 때문에 마련된 준법ㆍ윤리경영은 총수일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열사의 타이어 제조설비를 비싸게 사는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주고 한국타이어에 손해를 끼쳤으며 계열사에 몰아준 이익은 총수일가가 배당으로 가져갔다"며 "총수일가는 여전히 회사 돈을 마음대로 지인의 회사에 빌려주고, 자기 집을 고치고, 값비싼 외제차를 구입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는 등 준법ㆍ윤리경영은 총수일가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부는 조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조 회장의) 대규모 배임, 횡령의 배경에는 경영권 승계가 있다"며 "조 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와 증여세만 해마다 400억 원에 달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 돈을 빼돌린 것이다. 한국타이어 총수일가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배임, 횡령과 관련된 경영권 승계 과정까지 파헤쳐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조 회장은 효성가 창업자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손자이고 조양래 한국타이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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