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 x세대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한 우파의 관심이 뜨겁다. 그가 내년 총선에서 영남출신인 김기현 당 대표와 함께 수도권 승리를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며 선긋기에 나섰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차출론은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 장관이 출마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질 않다.

일단 그의 이력을 보자. 태어난 곳은 서울이고 강남 8학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서울 현대고 거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에서 LL.M. 과정을 이수한 뒤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한 뒤 초임 발령을 검사들이 선망하는 서울중앙지검으로 받았다. 이후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주사단 2팀장 등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확실하게 윤라인이 됐다.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은 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첫 인연을 맺었다. 한동훈이 2003년 서울지검 형사9부에서 SK 분식회계 사건으로 최태원 회장을 수사했는데 이것이 중수부의 차떼기대선자금 수사 단초가 됐다. 윤 대통령은 이때부터 한 장관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2006년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의 론스타 부실매각 사건, 2016~17년 국정농단 사건 등 여러 특수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이 보고서의 결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서와 기록을 꼼꼼히 다 살피는 태도와 수사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문재인 정부와 대립할 때에도 한 장관은 윤 총장을 보좌해 수사를 지휘했다. 이러한 한 장관을 두고 윤 대통령은 대검 연구관 시절에 넌 늘 수사를 유도리(융통성) 없이 독립운동하듯이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지적했다고 한다.

한 장관 차출론의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높은 인지도이고 나머지는 검사출신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필자는 후자로 인해 한 장관이 출마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국정성과와 지지율에 의해 그의 정치적 운명도 함께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야권에선 윤정부와 산하 기관에 검찰출신인사들 40여명이 요직에 포진돼 검찰 공화국이라고 덧씌우고 있다. 한 장관을 비롯해 과반이상이 총선 출마에 나설 경우 야권에서는 검찰정권 심판론으로 한 장관을 겨냥해 집중 십자포화를 쏟아낼 공산이 높다. 이 과정에서 혼자만 살아남고 나머지 사람들이 전사한다면 조직의 힘을 아는 그가 용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한 장관이 출마한다면 꿈이 국회의원에 머물기보다 대통령인데 검찰출신 대통령이 연속으로 될 공산은 그리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x세대인 한 장관은 현 정권에서 젊은 총리론처럼 경력을 더 쌓고 잠시 쉬어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옛말에 소년 출세, 중년 사별, 노년 빈곤을 제일 조심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처럼 정광석화처럼 최고 권력직에 오른 인사는 앞으로 또 나타나기 쉽지 않다.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다스릴 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