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친윤 체제가 완성된 가운데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윤심(윤석열 의중)’이 작용할 지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심이 실린 후보가 원내사령탑을 맡을 지를 두고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 선출에 여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후보군이 거론됐던 와중에 박대출 정책위의장 선회 등으로 원내대표 후보군도 압축되는 분위기다. 수도권 출신의 김학용 의원과 대구·경북 출신의 윤재옥 의원 간 대결로 굳혀지고 있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친윤이라는 점에서 유권자인 의원들의 표심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심이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으며, 선거 막판 작동할 수도 있다는 분석과 동시에 반대로 윤심은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환화게 웃는 윤재옥 의원과 김학용 의원.뉴시스
환화게 웃는 윤재옥 의원과 김학용 의원.뉴시스

친윤 4선 수도권 출신 대 3TK 출신 압축
이번에도..” 윤심 작동할까 당내 찬반 팽팽

국민의힘이 새 원내 사령탑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47일 오전 10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후보자 등록은 45일 이뤄지며 합동토론회를 진행한다. 과반을 넘는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를 치를 경우 추가 토론회 없이 후보자별 3분씩 정견을 발표한다. 합동통론회는 후보자별 5분 발표 후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 상호주도권 토론, 마무리 발언 등으로 이어진다. 기탁금은 2천만원이다. 단일 후보가 입후보하면 만장일치 박수로 원내대표로 추대된다.

닮은꼴많은 김학용-윤재옥

이번에 뽑힐 원내대표의 책임은 막중하다. 정부 정책 집행을 위해 야당과 협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는 등 강 대 강대치 국면이 예상되며 여야 관계는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신임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을 뚫고 정부를 지원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아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정책위의장과 함께 민생 정책 등에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

당 안팎에서는 4선의 김학용 의원과 3선의 윤재옥 의원 간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의원 모두 공통점이 많다. 1961년 동갑내기 정치인으로, 정치인들이 모인 소띠 모임을 계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내 뿐만 아니라 지자체장 등 원외 인사들도 함께 하는 친목모임으로 발전했다.

둘다 친윤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해 6월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의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다. 윤 의원은 대선 기간 선대본부 상황실장을 맡았다. 다만 과거를 보면 김 의원은 김무성계, 윤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됐다.

두 의원들의 친분 때문에 이번 선거는 상대 후보를 향한 거친 언사나 비방이 사라졌다.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지라시도 없을 정도로 상대에 대한 평가를 삼가는 분위기다. 공개석상에서도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윤 의원실에서 주관한 의원입법 규제관리주제 토론회에 김 의원이 참석했고, 윤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김 의원과 제가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하지만, 누가 되든 간에 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도 사랑하는 윤재옥이 되건, 김학용이 되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지역 맹주라는 점도 똑같다. 김 의원은 안성에서 4선을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이다. 윤 의원도 대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다음 김상훈 의원과 몇 안되는 중진 의원이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김 의원은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띄우고 있다. 당 대표에 김기현 의원, 김재원, 강대식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영남지역 인사들로 전진배치 됐다. 원내대표까지 대구·경북 출신인 윤재옥 의원이 선출된다면 국민의힘은 영남당으로 전락해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원들 윤심 개입여부 놓고 '갑론을박' 한창

국힘 의총장에 들어서는 주호영 원내대표. 임기는 4월7일까지다. 뉴시스
국힘 의총장에 들어서는 주호영 원내대표. 임기는 4월7일까지다. 뉴시스

윤 의원은 원조 친윤계라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여야 협상을 조율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두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의원들을 중심으로 어떤 후보를 뽑아야 될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박대출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들은 박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선회하자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VS 비수도권대결로 가면서 지역의원 간 결집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이란 구도는 맞지 않다의원들의 향후 행보 등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심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의 한 관계자도 지역구도를 생각하고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두 의원 모두 친윤이라는 점에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 오히려 후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의원은 누가 되든 친윤 원내대표다. 큰 표차이로 결론이 난다면 패배한 사람은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두 의원들의 표차가 크지 않아야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심개입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친윤 인사들이 출마한 만큼, 대통령실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윤계는 나경원 전 의원의 전대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데 이어 대통령실에서 공개적으로 나 전 의원을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난 전대에서 윤심이 작용해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었을 정도로,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윤심이 표출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한 인사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와 함께 윤심이 서서히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들리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용산과 밀접한 관계인 김기현 대표가 원내대표 후보군 중 특정후보를 밀고 있고,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같은 후보에게 힘이 실렸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가 7일날 열리는 만큼, 추후 대통령실에서 윤심이 실리는 후보를 낙점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비윤계 빠진 원내대표 무관심속 치러져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윤 대통령. 뉴시스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윤 대통령. 뉴시스

반면, 전당대회와 달리 친윤계 인사들이 출마한 만큼 윤심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거나 배척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비윤계 후보들이 경선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선거 개입 논란, 한일 관계 등으로 인해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대통령실이 만들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현재까지 용산에서 뚜렷한 오더는 물론 윤심이 실린 후보가 누구라는 얘기는 없다윤심이 실린 후보가 있다면 안가초청을 받았다는 얘기가 들려야 되는데 그런 이야기는 일절 들리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심이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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