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의 72%가 반대하는 연금개혁안을 밀고 가면서 연일 “하야 하라”는 질타와 폭력시위로 시달리고 있다. 그의 연금개혁은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법정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췄다. 올해 9월부터 매년 3개월씩 늘어나기 시작, 2030년엔 64세로 2년 더 연장된다. 그 대신 연금수령액의 상한선은 현행 최저임금의 75%에서 85%로 올리고 육아휴직 기간도 최저연금 산정에 포함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은 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자 마지막 관문인 하원 통과를 남겨놓게 되었다. 그는 하원 통과가 여의지 않을 것 같자 하원 표결없이 법안 처리를 가능케 한 헌법49조3항을 발동, 하원 표결 없이 의회 통과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이 법안의 합헌 여부를 심사할 헌법위원회의 결정이다. 헌법위 승인도 가능한 걸로 예측된다. 헌법위 위원 9명 중 친여 성향이 7명에 달한다는 데서 그렇다. 그러나 지난 1월19일부터 시작된 반대시위는 공공시설 방화 등 폭동으로 격화되고 있다. 마크롱 여론조사 지지율은 18%까지 내려갔다. 특히 마크롱이 헌법 49조3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 없이 개혁안을 밀어붙이자, 이 법안을 지지하던 인사들도 반민주적이라며 항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3월22일 국민 담화를 통해 결코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금개혁없이 연금제도의 지속은 불가능하며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감수하겠다.”고 결연히 맞섰다. 이어 “나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택하겠다”고 거듭 역설했다. 국익을 외면한 채 대중의 인기와 욕망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엔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뚝심과 결기 표출이었다.

정치지도자는 지지율이 곤두박질친다 해도 포퓰리즘을 견제하고 국익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정치인들은 반대로 대중의 인기와 욕망에 아첨하고 특정 정파를 위해 포퓰리즘에 영합하기 일쑤다. 하지만 대중의 절대다수가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국가를 위한 정의(正義)는 아니다. 그래서 정치지도자는 국익을 위해선 포퓰리즘에 맞서야 한다. 그렇게 꿋꿋이 버틴 정치인들 중 하나가 1960년대의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드골은 프랑스인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알제리 독립을 관철시켰다. 마크롱도 드골처럼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에 대한 지지율 폭락을 감수하며 연금개혁을 강행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버틸지 지켜보고자 한다.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포퓰리즘에 영합, 나라를 망치고 만다. 그리스 정치인들은 연금지출이 국가재정의 50%를 차지했지만, 포퓰리즘에 영합해 연금개혁을 입 밖에도 내지 못했다. 결과는 국가 채무의 급증과 파산이었다. 그리스는 국가 파산에 직면,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강제 연금개혁에 나서야 했다. 마크롱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하고 “하야 하라”는 구호가 귓전을 때려도 연금개혁을 관철코자 한다. 그는 불량식품을 먹을 수 없듯이 불량 연금제도도 묵과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할 기본 리더십이다. 

돌이켜 보건대 일본과 영국은 2004년과 2007년 각기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한국은 연금개혁이 프랑스 보다 더 절실한데도 여야 간에 표를 의식, 나서지 않고 있다. 포퓰리즘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끔 “정책 만들 때 국민여론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여론 반영”한다며 포퓰리즘 반영으로 빠져선 된다. 윤 대통령은 포퓰리즘을 거부한 마크롱의 결기와 뚝심을 유의, 프랑스 보다 더 시급한 연금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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