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협위원장→공천' 엘리트코스, 野 선거구 분구 '눈치싸움'

국회의원 배지 [뉴시스]
국회의원 배지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내년 4월에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비례대표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비례대표는 비선출직으로 지역구가 없다 보니 지역구 토착 의원들과 비교해 정치 기반을 닦아나가기 쉽지 않다. 당장 비례대표 확대가 골자인 ‘선거구제 개편’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와중에도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이 저마다 지역구 물색과 표밭 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차기 총선을 겨냥한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행보를 집중 조명해 봤다.

현역 의원들의 커리어는 물론, 차기 국회 권력구도가 결정되는 총선이 1년 남았다. 이에 지역사회의 관심사도 지역구별 총선 출마 후보군의 면면에 쏠려 있다. 특히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동향이 심상찮다. 선출직과 달리 특정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일찌감치 총선 출마 지역구를 낙점, 해당 지역 내 표심 다지기에 나선 상황.

국민의힘에선 조수진‧전주혜 의원 등이 당협위원장에 이름을 올리며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고, 정운천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로 보수정당 최대 험지로 꼽히는 전북을에서 지역구 탈환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 중 일부는 특정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하며 지역 유세에 나선 가운데, 대체로 공직선거법상 분구(分區) 대상으로 거론되는 선거구를 예의주시하며 오는 1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구가 확정되면 본격적으로 총선 몸 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비례대표) [뉴시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비례대표) [뉴시스]

與 비례대표 ‘당협위원장 찍고 지역구로’

국민의힘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 선점에 소매를 걷어 올렸다. 특히 당 지역구 핵심 조직인 당협위를 교두보 삼아 지역구 기반을 넓혀가는 방식이 눈에 띈다. 당협 운영위 표결을 거쳐 선출되는 당협위원장은 지역 조직을 운영하는 알짜 포지션인 만큼, 총선 공천에 특화된 자리라는 평가다.    

지난 2021년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에 임명된 조수진 의원은 서울 양천구 사무실을 거점 삼아 정기적으로 의정보고회를 열고, 지역 행사에 참여해 지역 주민들과의 스킨십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조 의원의 경우 특히 친윤(친윤석열)계 등 당내 주류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평가다.

전주혜 의원도 조 의원과 더불어 당협위원장을 거쳐 지역구 공략에 나선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총선 채비에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 강동갑은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3선을 지낸 텃밭으로, 전 의원의 지역구 진입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 지역구 도전 행보가 순탄치 않은 비례대표들도 있다. 최승재 의원은 지난해 소영철 서울시의회 의원과 더불어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에 지원했지만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심사에서 배제되면서 지역구 출마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비윤 논리가 선명했던 지난해 조강특위 심사 국면에서 계파성이 옅은 최 의원을 지역구 핵심 조직인 당협위원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내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서울 마포갑은 민주당 4선 중진 노웅래 의원의 안방인 만큼, 당시 조강특위가 인지도나 지역기반 등을 감안했을 때 최 의원을 발탁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윤(비윤석열)계 허은아 의원도 이준석 체제에서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으로 내정돼 총선 출마 좌표 설정을 마쳤으나, 정진석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친윤’ 김경진 전 의원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줬다.     

정운천 의원도 총선 예비시즌을 맞아 지역구 활동이 두드러지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북 전주을 탈환을 목표로 표심 다지기에 매진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지역구가 소실됐지만 이후에도 전주 사무실을 유지하며 전북 특별자치법 등 지역 현안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당초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의 유죄 선고로 치러지는 4.5 전주을 재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했지만, 최근 당정 지지율 침체 등을 고려해 재보궐 출사표를 접고 내년 총선 출마로 선회했다.

지역구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밝힌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은 “확실히 당협 조직위원장이 공천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쉬운 길만 택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호남 등 험지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비례대표) [뉴시스]
민주당 전용기 의원(비례대표) [뉴시스]

野 비례대표들, 선거구 분할에 촉각 

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 출마 지역구 모니터링에 여념이 없다.

현재 공직선거법에 따라 ▲서울 강동구갑 ▲부산 동래구 ▲인천 서구을 ▲경기 수원시무·평택시갑·평택시을·고양시을·고양시정·시흥시갑·하남시·용인시을·용인시병·파주시갑·화성시을·화성시병 ▲충남 천안시을 ▲전북 전주시병 ▲ 경남 김해시을 등 총 18개 선거구가 분구 대상으로 지목된다. 4월 초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분구(分區)에 최적화한 틈새 전략을 구사하려는 비례대표들이 적잖다. 진입장벽이 높은 영남을 배제하는 대신 경기‧인천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용기 의원은 지난해부터 경기 화성시을(동탄) 분구가 유력하다고 보고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 화성을의 경우 동탄 1신도시‧2신도시로 분구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 의원은 2신도시에 출마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해 7월 주소지 이전을 마치고 지역구 사무실도 냈다. 전 의원 측은 제2신도시의 경우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신혼부부 중심의 생활권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청년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전 의원이 소구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고토인 호남 지역구에 착근하려는 비례대표 의원도 있다. 호남은 전통적 민주당 텃밭인 만큼, 당내 경쟁률도 치열할 전망이다. 이에 양경숙 의원은 2년 전부터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각종 지역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전북 대망론’의 주역으로 꼽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스킨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 친명(친이재명)계 양이원영 의원의 경우 같은 당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잡음이 일고 있다. 양기대 의원은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만큼, 계파적 이해관계가 뒤엉키며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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