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파생된 내홍으로 연일 살얼음판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당 위기 상황과 현안별 대처 방식에 대해 인식차를 드러내며 충돌하면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을 중심으로 한 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이 내전을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연확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딸이 민주당의 계륵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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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 ‘이재명 통제 넘어섰나, 아니면 방조?’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개딸, 고민 깊어지는 이재명

요즘 더불어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의 고민이 깊다. 바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때문이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모두 개딸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강성 지지층의 움직임은 개딸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개딸이 강성 행보를 이어가면서 당 내홍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로의 외연확장이 시급한 민주당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당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는 강성 지지층을 끊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고 가기에는 갖가지 소란 소동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빠가 득세하던 민주당, 이젠 개딸이 쥐락펴락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강성 지지층은 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도로의 외연확장을 막는 계륵이 되기도 한다. 국민의힘에게는 강성 보수 지지층인 태극기 세력이 바로 그와 같은 존재였다.

민주당에게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기까지 위력을 과시했던 문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이 존재했었다. 이들은 문빠혹은 대깨문으로 불리웠다. 이들은 당의 기조와 다른 노선을 걷는 당 내 정치인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며 공격을 가해 문제가 됐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과거 이들을 양념이라고 지칭했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에너지라고 평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은 문빠에서 개딸로 주류 세력이 교체됐다. 개딸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2030 여성 지지자들이 뭉치면서 세력이 형성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다가 민주당에 대거 입당까지 했다. 대선 이후 약 한 달 동안 민주당에 가입한 신규 당원 가운데 4만여명이 개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강한 팬덤을 형성하며 이 대표의 대선 이후 정치 행보를 뒷받침해줬다.

그러나 이후 이들은 서서히 정치 훌리건과 같은 행태를 보이면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비명계 홍영표 의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하자 치매가 아닌지 걱정등의 인신공격성 내용이 적힌 대자보를 홍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붙여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들을 자제시키면서도 당 대표가 된 후 민주당사에 당원존을 개관하는 등 이들과의 소통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개딸들의 훌리건 행태는 지난 2월 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부결된 이후 절정에 달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반대표로 부결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표결 결과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최대 38표나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자 개딸을 중심으로 한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박 색출에 나섰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수박은 비명계 의원들을 지칭하는 은어다.

강성 지지층이 모인 더불어 수박깨기운동본부는 지난 3월 초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수박깨기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청원시스템인 국민응답센터에는 비명계 인사들을 저격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인 것으로 추정되는 당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간신히 부결된 배후에 이낙연 전 대표가 있다고 보고 이 전 대표의 영구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또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출당 권유 내지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재명 체포안 이탈표 사태이후 거칠어지는 개딸들

서울 은평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인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동원한 비명계 의원 비방 전광판 트럭이 멈춰 서 있다. 2023.03.15. 뉴시스
서울 은평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인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동원한 비명계 의원 비방 전광판 트럭이 멈춰 서 있다. 2023.03.15. 뉴시스

이들의 비명계 인사들을 향한 저격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로 구성된 동탄민주시민연대는 최근 그동안 이 대표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던 비명계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경기 화성을) 사무실 앞에서 원내대표에 출마하는 이 의원을 향해 밀정 이원욱이 원내대표가 웬말이냐라고 항의했다. 이 의원의 아파트 앞에서도 피켓시위가 벌어졌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이 의원 규탄집회를 공지하며 앱카드에 사용한 이 의원의 사진에는 ‘X맨의 힘이라는 글귀와 함께 이미지 조작까지 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됐다.

역시 이 대표와 친명계에 소신 발언을 해왔던 비명계 박용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도 주인을 무는 개는 더 이상 애완견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위자가 시위를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이같은 움직임에 이재명 대표는 거듭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울산 지역 당원·지지자들을 만나 우리 안의 차이가 있더라도 이겨내야 될 상대 차이만큼 크지 않다. 미워도 그래도 식구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저 역시 조작된 사실로 수많은 공격을 당해봤기에 그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지 저나 여러분 모두 잘 알지 않나. 생각이 다르다고 욕설과 모욕,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라며 이재명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건 상식이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의 행태가 이미 이 대표의 통제선을 넘어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당 내 의원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간담회에서 요즘은 나에게도 여러분들이 받는 항의 전화가 온다. 나보고 원래 이재명은 사이다였는데 이젠 변했다며 손절하겠다 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중재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과거의 민주당은 개딸들과 절연 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재명 대표는 오히려 개딸들의 대활약을 내심 반기면서 방조하고 격려하기까지 했다정작 이재명 대표는 중재자코스프레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딸들과의 결별은 커녕 개딸들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이재명 대표로 인해 민주당의 시계는 거듭 거꾸로 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명계, 거세지는 향한 결별압박,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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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거듭된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비명계 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27일 오후 YTN라디오에서 문자나 전화가 거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이 온다당 대표가 그걸 통제 못 하면 리더십이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게 당부를 할 성질이냐그와 결별을 하고 또 당으로 나서서 그거에 대한 징계나 제지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냥 페이스북이나 당부의 말을 했다고 그런다면 좀 한가하게 들리지 않느냐면서 어느 쪽을 편들라는 뜻이 아니라, 내용이 어떻든 간에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으로 가학 행위를 하는 것은 민주당 내에서의 정치문화에서는 축출해야 할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는 개딸은 보수진영에서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프레임이라고 주장하며 비명계와 인식차를 드러냈다. 김남국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에서 개딸은 일부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을 공격하는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극 지지층은 국민의힘도 있고,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10배 이상 욕설하고 비하하고 쫓아다니면서 폭력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저희 지지자들은 그런 사람이 일부일 것인데, 개딸 프레임을 만들어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무지성적이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명계 내에서는 이 대표가 아예 개딸들과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개딸들이 수박을 찢을 때 국민은 민주당을 찢는 개딸에 질린다국민을 질리게 하는 정당이 어떻게 집권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변화와 결심은 개딸과 헤어질 결심에서 출발한다민주당의 화합을 위한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면서 이 대표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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