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리적인 업무상 목적이 있었다면 괴롭힘 해당하지 않아

고용노동부 신고 사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다. 그런데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그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일부 근로자는 자신의 비위행위에 대한 회사의 징계처분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거나 본인이 가해자(행위자)로 신고 된 사건에서 거꾸로 피해자라고 신고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번 호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알아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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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부하 직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니들 대학 나왔잖아, 그런데 이 것도 못 하냐? 대학 나왔으면 이 정도는 해야지, 업체나 담당자나, 네가 그러고도 담당자냐?, 야 너 미쳤냐? 미친놈이냐?” 등의 과격한 발언을 했다. 

[사례2] 야근 신청 시 "야근을 11시까지 하면 아침에 항상 결재문서가 올라와 있겠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경우다. 

- 대전지방법원 2020구합105691 부당해고 구제심판취소 사건, 2021.11.09. 선고 

사례1의 원고(사업장)는 상시 약 4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지역의 창조경제 및 문화 융성 관련 정책, 전략 수립 및 평가 지원 등을 영위하는 재단법인으로 참가인(근로자)은 2016.년 1월 14일부터 원고의 경영지원본부 인프라운영팀 팀장으로 근무해왔다. 원고의 직원인 이 사건 피해자들(4명)은 2019년 12월 5일 원고에게, 참가인이 이 사건 피해자들을 괴롭힌다는 내용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제출했다. 원고는 12월 17일 참가인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24일 참가인에 대해 해임처분을 했으며, 같은 날 참가인에게 이를 통보했다. 

참가인은 2020년 1월 3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4월 24일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해고가 정당하다는 판정)을 했다.

이에 참가인은 불복해 5월 2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7월 28일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 중 성희롱에 관한 사항은 인정되나, 직장 내 괴롭힘 및 성실으무, 공정의무 위반사항에 대한 부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인정된 징계사유에 비해 그 양정이 과하므로 이 사건 징계는 부당하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해고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하자, 원고(사업장)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원고(사용자)는 “징계 사유에 관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점, 원고의 다른 직원들도 참가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위반사항에 대해도 징계사유가 존재한다.”라는 등의 이유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위법해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우선, 직장 내 괴롭힘이란 당사자들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지속된 기간 등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하되, 피해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신체적,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괴롭힘 여부를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첫째, 메시지의 내용, 메시지를 보내게 된 동기, 시점, 전후 상황, 참가인과 위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참가인은 위 피해자에게 보도 자료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보도 자료의 준비를 독려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비록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근무시간 전이기는 하나 인터넷 기사의 특수성, 신속한 보도자료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둘째, 참가인은 교육 운영실적 집계 업무와 관련해 업무 담당자인 피해자가 위탁업체의 교육인원이 5명이 미달함에도 교육인원 충족기준을 검토하지 않고 위탁업체가 1회 교육운영을 한 것으로 집계하자 이를 지적하기 위해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동기, 전후 상황, 참가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위와 같은 발언은 상급자로서 하급자인 피해자에 대해 피해자가 처리한 업무의 오류에 관해 지적한 것으로 보일 뿐,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셋째, 참가인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공간예약과 관련해 온라인 신청을 하도록 공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신청을 하지 않은 시민이 목재가공실을 사용하게 되자, 이와 관련해 참가인이 인턴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동기, 전후 상황, 참가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위와 같은 발언은 상급자로서 피해자가 처리한 업무의 오류에 관해 지적한 것으로 보면서,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넷째, 피해자의 당시 업무형태, 업무량, 업무비중, 참가인의 발언 내용, 전후 상황, 참가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참가인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참가인이 관리자로서 피해자들의 주된 업무가 위탁업체 관리 및 단순 지출행위와 관련된 업무로 상시적인 야근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해 피해자들의 잦은 시간 외 근무신청 행위를 지적한 것에 불과하고,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참가인의 해당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기는 하나, 이는 일회적 발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은 팀 내에서 추진하는 사업 개편 지시에 따라 팀장으로서 업무수행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해당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보아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상사의 발언 등이 부적절하고 과도한 측면이 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부하 직원과 소통이 잘못되었더라도 그 발언이 합리적인 업무상 목적이 있었고 실제로 잘못한 직원 입장에서 참을 수 있는 정도의 발언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점이 중요한 점이다. 

-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개념과 조치 의무 

한편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규정에서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은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로 ③이로 인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행위로써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행위"여야만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는데, 예컨대, 업무상 적정 범위 내에서 상사 직원이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부여하거나 이에 대한 시정지시를 요구하는 경우라면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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