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등 편집권 침해, 운영 위해 비판 못해
대학교 자금난, 대학언론 문제로까지 이어져

학보사 신문. [일요서울]
학보사 신문. [일요서울]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1970~80년대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한 대학언론이 편집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배재정 의원실은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 언론인의 35%가 기사를 검열당한 경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6년 대학언론협동조합에 따르면 대학의 80%는 언론 검열 관련 학칙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숭실대학교 학보사 ‘숭대시보’는 1987년 491호에서 6·10항쟁을 기록했다. ‘아주대학보’는 1984년 ‘대우어패럴 노동쟁의’ 사건 때 기성 언론이 앞다퉈 폭력시위를 조명할 때 129호 사설을 통해 노동자의 처우를 보도했다. 

2~30여 년이 지난 지금, 학보사 편집권 침해는 진행형이다. 2013년 배재정 의원실에 따르면 대학 언론인의 35%가 기사를 검열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서울여대 측은 졸업생들의 성명서 보도를 거부했다. 2017년 청주대 측은 총장 관련 기사를 문제로 삼아 보도된 신문을 전부 회수할 것을 지시했다. 2019년 서강대 측도 총장 관련 보도를 불허했다. 

권 모(29) 씨는 “건국대 학보사 시절 학과 통폐합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알리기 위해 기사를 작성했지만, 결국 검열을 당해 광고가 보도됐고 학보사를 나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김 모(24) 씨도 “서울여대 학보사 활동을 하며, 빈번하게 담당 교수의 검열을 당했다”고 말했다.

2016년 대학언론협동조합은 대학의 80%가 언론 검열 관련 학칙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들의 인쇄물 제작·배포 등 사전승인을 받도록 규정하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설명했다. 헌법상 언론·출판에 대해 검열이 허가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제한은 필요최소한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언론 “완전한 독립 힘들어”

조유진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부회장은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대학언론의 민주주의는 완전히 퇴행했다”고 밝혀왔다. 편집권의 자유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비영리독립언론 대학알리 김연준 대표도 편집권의 자유성을 강조했다. 

조 부회장과 김 대표 모두 편집권 침해의 원인으로 ‘경제적 종속’을 꼽았다. 조 부회장은 “학보사는 학교의 자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내 비판에 자유롭지 않다”며 “완전한 독립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 또한 “전부는 아니겠지만, 경제적인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문제는 대학언론의 약화로 이어졌다. 조 부회장은 “최근 부실대학뿐만 아니라 대학 자체가 자금난에 시달리다 보니 학보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대학언론에서 검열이 이뤄지고 편집의 자유가 침해된다면, 건강한 사회비판의 역할을 맡은 언론계도 자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교육의 장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