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내홍으로 어수선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내전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민주당이 드디어 계파 갈등을 끝내고 화합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현 상황을 폭풍 전야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비유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간 것일 뿐 향후 당 내홍이 다시 폭발할 지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심리적 분당 상태가 결국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각에 잠김 이재명 대표. 뉴시스
생각에 잠김 이재명 대표. 뉴시스

- ‘체포안 이탈표 속출이후 들끓던 계파 갈등 끝나고 이젠 화합의 길’?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원내대표 경선 등 뇌관은 수두룩 아슬아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분출되던 불협화음이 최근 잠잠해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른 이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당 내홍으로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내왔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 당시 민주당 내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 내홍은 절정에 치달았다.

친명계에서는 비명계를 지칭해 배신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터져나왔고, ‘개딸’(개혁의 딸)을 중심으로 한 강성 지지층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수박색출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친명계에서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비명계를 당원과 지지자들이 심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을 나치 시대에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한 것과 비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압박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재명 지도부, ‘반일 이슈’ ‘민생 행보강화로 당 내홍해소 시도

이같은 갈등으로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날 것 같던 민주당이 최근에는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가 3월 말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대표 사퇴 대신 거론됐던 인적 개편을 단행한 이후 격한 감정 격돌은 현격하게 줄어든 모습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사무총장은 교체되지 않고 친명인 조정식 의원이 그대로 유임되자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는 했으나 전면적인 내홍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반일 이슈를 고리로 한 대여 공세에 초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는 정책 이슈를 띄우며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굴욕 해법 및 굴종적 한일 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실시해 윤석열 정부의 3자 변제안및 구상권 포기가 위헌·위법·직무유기·배임·직권남용이라는 의혹과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위안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위안부와 독도 문제를 거론할 때 마땅히 취해야 할 강력한 항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정상회담 및 윤 대통령-한일의원연맹 만남에서 일본 측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에 대한 해제 요구가 있었는지 등도 규명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동시에 기본대출제도 도입’ ‘대출금리 부담 완화 추진등 민생 행보에 집중하며 사법 리스크후폭풍으로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도층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이 대표는 7일에는 광주를 찾아 전남대 천원의 아침밥현장 방문을 한데 이어 전남 나주 노안농협 육묘장을 방문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농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전남대에서 천원 학식을 먹고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 먹는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지원 대상을 늘리고 금액도 늘려야 대학들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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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명 구속영장 재청구시 내홍 다시 분출

그러나 이 같은 민주당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사건과 관련해서는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향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게 된다면 민주당은 또다시 깊은 내홍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불구속 기소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이외에도 백현동 개발 의혹’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대북 송금 의혹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추후 수사 상황에 따라 일부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게 된다면 민주당의 내홍은 다시 폭발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이 비명계의 찬성표로 국회에서 가결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의 무더기 이탈표로 가까스로 부결된 상황에서 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면 그때는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초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음번에 다시 체포동의안이 나오면 차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체포동의안의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원들이 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아예 표결에 불참하는 보이콧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국회법상에 따른 실현 가능성 여부와는 별개로 2차 체포동의안에 대한 대응 전략을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다시 충돌할 것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그동안 이재명 대표가 제 발로 법원 영장심사를 받아서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깔끔하지 않으냐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와 함께 최근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또다시 부결시킬 경우 여당의 방탄프레임 공격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도 갈등의 뇌관이다. 후보군으로는 자천타천 비명계인 안규백(4박광온·윤관석·홍익표·이원욱(이상 3) 의원과 친명계인 재선의 김두관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친명과 비명계 사이에서 표대결이 이뤄지고, 향후 당의 사법 리스크대응 전략을 놓고 충돌하게 된다면 계파 갈등은 다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은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 당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 5KBS 라디오에서 최종적으로 결심이 서서 오늘 국민들께 보고를 드린다라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소통과 균형을 잡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겠다“(이재명 대표와의 호흡은) 걱정하지 말라고 당 안팎의 모든 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저는 보완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동원한 비명계 의원 비방 전광판 트럭이 멈춰 서 있다. 2023.03.15. 뉴시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동원한 비명계 의원 비방 전광판 트럭이 멈춰 서 있다. 2023.03.15. 뉴시스

내대표 경선도 또다른 갈등 뇌관 째깍째깍

이원욱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통합지도부를 완성해가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며 실제로 이재명계 독식에 가까운 지도부로서는 오히려 그것(사법 리스크)을 극복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저처럼 비명계라고 얘기되는 사람이 원내대표가 돼서 같이 그 문제를 풀어갈 때 오히려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분열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이다. 총선에서 다시 민심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민심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잡음이 중도층 민심 이반을 초래하게 될 경우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 행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 체포안)부결에 참여하지 않는 이탈표가 35표 이상 될 것이라고 했는데 거의 그대로 나왔다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민주당은 사실상 심리적으로 분당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에서 분당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재명의 민주당이 진짜 민주당이라고 주장하는 분들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 진짜 민주당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충돌은 명분적으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재명 당대표 리더십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때 나한테 공천을 주겠냐. 이 가능성이 없다 또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생각이 되는 의원들은 늦기 전에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저는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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