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전우원씨가 끝내 광주를 다녀갔다. 광주를 찾겠다고 했을 때, 내심 우려를 많이 했다. 전두환의 손자인데, 마약까지 했다는데, 사과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유가족들과 광주시민들이 또 다른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닐까 걱정됐다. 하지만 이 청년은 끝내 광주에 와서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면서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했고, 광주는 다시 한번 용서를 택했다.

전우원씨가 지금의 마음가짐이 변치 말고 바른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그건 그의 일이다. 광주를 찾는 그 마음을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다면 앞으로의 그의 삶은 지난날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SNS에 공개된 그의 과거 사진들을 보면 밝게 자란 있는 집 자식의 삶 그 자체였다. 그 밝음 이면에 무엇인가 자신의 삶을 어둠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아픔과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부디 그가 지금의 마음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우원의 앞날과 상관없이 우리는 살인마 전두환의 자손들까지 끌어안고 용서하는 광주의 마음을 봤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은 전우원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용서하고, 위로했다. 범부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부모 형제를 잃고, 자식을 잃었을 그들이 가해자의 자식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것은 보통의 심경으론 어려운 일이다. 광주는, 오월 영령들은 용서와 화해로 결국 이길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전두환의 손자는 사과했지만, 진상규명 등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중에 하나가 전두환 일가가 내지 않고 있는 추징금 문제다. 전두환은 법원에서 확정한 2205억원 중 922을 납부하지 않고 죽었다. 전씨 일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전우원은 전씨 일가가 검은 돈을 사용해가며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연희동 전두환 집 금고 안에는 엄청난 비자금이 있다고 했다. 그 돈이 전씨 일가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는 동안 오월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두환이 사망한 상황이고, 현행법으론 전씨 일가가 범죄수익인 줄 몰랐다고 발뺌을 하면 환수가 어렵다. 이런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국회에서는 전두환 추징법이 발의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다. 이 법들이 현재 법사위에서 묶여 있다.

형법개정안 개정안은 몰수대상을 금전과 범죄수익,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추징금 미납한 자가 사망하면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범죄수익이 분명한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환수하기 위해 이 전두환 추징 3을 신속하게 심사, 통과시켜야 한다. 전씨 손자의 사과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상규명의 동력이 되어야 하고, 전두환 추징금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씨 손자, 전우원의 광주행은 역사에 남을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뒤틀린 역사는 언젠가는 제 자리를 찾아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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